설레지 않는 22대 국회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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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정치 분석가인 에즈라 클라인은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에서 이렇게 평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대의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 현상을 조명한 것이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폐기된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 재논의 되려면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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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는 단순히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니다. 분노가 필요하다. 유권자를 더 많이 끌어모으려면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정치인인지 알리는 것으로 부족하고, 상대편 정치인이 얼마나 나쁜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동의 적만큼 집단을 단결시키는 것은 없다”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정치 분석가인 에즈라 클라인은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에서 이렇게 평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대의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 현상을 조명한 것이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먼 나라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걸 말이다.
21대 국회를 돌이켜보니 대한민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의견을 표출하는 이들에 대한 ‘집단 린치’를 묵인하거나, 유권자의 분노를 부채질해 지지를 얻는 ‘윗선’들을 보면 한국 정치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든다. ‘나베’, ‘수박’ ‘2찍’ 등 혐오와 조롱이 정치권을 집어삼켰고, 이는 정치테러의 자양분이 됐다. 지난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목에 칼이 꽂히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머리가 돌에 가격당한 장면을 생각하면 아직도 섬뜩하다. 우리 편 혹은 저쪽 편만 있는 극한의 진영 대결이 상식을 파괴한 전형적 사례다.
정쟁으로 얼룩진 4년 동안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36.6%에 불과하다. 이른바 ‘동물국회’로 불렸던 지난 19대(45.0%)와 20대(37.9%) 국회보다도 낮다. 법안 가결율은 11.4%에 그친다. 17대 국회 이후 최저치다. 총선 이후 지금까지 여야가 합의해 통과된 법안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1건뿐이다.
여야는 28일 국가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도 날렸다. 첨단산업 지원을 담은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등은 정쟁에 밀려 무더기로 폐기되는 사태를 맞았다. 폐기된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 재논의 되려면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개정안 발의부터 상임위 심사·의결까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법안의 필요성을 면밀히 따져본 의원들은 몇이나 될까. 이렇게 생겨난 법안 공백의 부작용은 오롯이 국민이 짊어져야 한다.
여의도에 15년 이상 몸담은 한 보좌관은 이번 국회를 역대 최악으로 꼽으며 “오로지 상대 진영에 대한 심판론만 남고, 민생 고민은 뒷전이 된 점에서 유권자들에겐 큰 비극이다.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토로했다. 기대되지 않는 ‘다음 국회’는 모두에게 불행이다. 하루 뒤 임기를 시작하는 22대 국회는 편 가르기 시대를 넘어 공정과 상식을 되찾을 수 있을까.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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