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바이오] 걷다 쉬다 반복하는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추간공확장술로 신경 압박 치료

2024. 5. 29.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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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혜병원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이 인대절제를 통한 추간공확장술의 공간 확보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울 광혜병원]

박모씨(여, 77세)는 수년간 척추관협착증으로 고생해왔다. 가벼운 허리통증과 다리 저림으로 시작됐다가 최근 점차 심해지는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100m도 안 되는 짧은 거리조차 예고도 없이 발생한 통증과 다리 저림으로 몇 번씩 쉬어야 하는 상황의 반복이었다. 통증이 발생할 때마다 쪼그려 앉거나 다리를 주무르며 휴식을 취했고, 이런 동작은 잠시나마 통증을 덜어줘 다시 걸을 수 있게 해줬다.

증상의 원인은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해 신경다발이 지나는 척추관이나 신경다발의 양쪽으로 갈라져 나가는 추간공이 좁아져 신경에 가해진 물리적 압박이었다. 그래서 허리를 꼿꼿이 세워 걸을 때마다 척추관과 추간공에 압박이 가중돼 통증과 저림 증상이 심해졌고,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할 때는 척추관과 추간공이 약간 이완·확장되면서 증상이 완화된 것이다.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은 “절뚝이며 걸음걸이가 바뀌는 것이 ‘파행’인데, 증상이 지속되지 않고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므로 ‘간헐적’이며, 이런 증상이 신경 압박에 의한 것일 때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이라 한다. 척추관협착증의 대표적 증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다발이 지나는 척추 중앙부의 척추관 혹은 신경다발의 양쪽으로 2개씩 갈라져 나가는 신경가지가 통과하는 추간공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주로 발생한다. 발생 분절(마디)에 따라 허리는 물론 엉덩이·허벅지·다리로 이어진 하지 쪽으로도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증상은 한쪽 혹은 양쪽으로 나타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자가 진단도 가능하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릴 때 불편함이나 통증이 덜하고, 오히려 허리를 꼿꼿이 세워 걷는 것이 어렵다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크다. 즉 허리를 세우고 걷는 동작이 척추관과 추간공을 긴장시키고 좁혀 통증을 유발하는 반면,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으면 상대적으로 척추관과 추간공을 이완시켜 넓히므로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영상장비를 통한 정밀한 신경학적 검사가 중요하다. 간헐적 파행의 증상이 동일하게 나타나더라도 원인 인자가 신경인지 혹은 혈관인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겉보기 증상이 유사해도 그 원인에 맞는 적합한 치료법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경우 대표원장은 “증상의 원인이 혈관 압박이면 이를 해결하는 치료가 선행돼야 하며, 신경 압박이면 주로 신경 압박을 유발하는 추간공 혹은 척추관의 물리적인 압박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추간공확장술은 1차적으로 척추관 또는 추간공을 좁히는 물리적인 압박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수키트로 추간공 내·외측의 인대와 척추관 후방부에 위치한 황색인대를 절제해 물리적 공간을 확보한다. 이렇게 확보된 공간은 신경에 대한 압박을 줄이고, 하지 쪽의 혈류 순환 개선에도 상당 부분 도움을 줄 수 있다. 더불어 해당 공간을 통해 신경 주변에 발생할 수 있는 염증 유발물질들까지 배출하므로 생화학적 염증의 개선에도 효과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승수 중앙일보M&P 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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