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 번 다시 21대와 같은 국회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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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까지 정쟁만 벌이다 민생법안 불발
상임위 독식, 장관·판검사 탄핵 신기록
4년 동안 1조원 쓰고 이룩한 성과 뭔가
결국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던 어제 여야가 처리한 법안은 고작 6개뿐이었다. 그나마 재의결을 실시한 ‘채 상병 특검법’은 가결 기준(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넘지 못해 폐기됐다.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전세사기특별법·민주유공자법·세월호피해구제법 등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1대 국회는 이렇듯 아무런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막판까지 정쟁만 벌이다 빈손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이 이를 막기 위해 사실상 상임위 가동을 보이콧하면서 유탄을 맞고 불발된 민생 법안이 수두룩하다. 핵연료 저장시설 건립을 위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 반도체 투자액 세액공제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K칩스법’, 육아휴직 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모성보호 3법’,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구하라법’, 인공지능 산업 육성에 필요한 정부 조직을 신설하고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AI기본법’,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관증원법’,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해소하는 ‘로톡법’ 등이었다.
이런 법안들은 이미 여야가 합의했거나 이견이 있더라도 조정이 가능한 범위였기에 의지만 있었다면 이번에 충분히 처리가 가능했다. 이제 이 법안들은 21대 국회 종료(29일)와 함께 일괄 폐기되며 22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처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국회를 통과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수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정국에 중대한 변화라도 발생하면 기약없이 발이 묶일 수도 있다.
민생 법안이 이 지경이 된 것과 관련해 ‘채 상병 특검법’ 저지에만 몰두하면서 법안 처리에 몸을 사린 여당의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을 끌고 가야 할 여당이 오히려 정치적 계산에 얽매여 국회 가동을 중단시켰으니 앞으로 무슨 명분으로 야당에 법안 처리 때 협조해 달라고 설득할 것인가. 특히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은 절박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좌파 단체들과 지역사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오랫동안 진통을 겪어 왔던 법안이다. 이번에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게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우려가 크다. 국민연금 개혁안도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여당의 소극적 자세로 무산됐다.
21대 국회는 여러 가지 오명의 신기록도 세웠다. 2020년 6월 개원 때부터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시장 원리를 무시한 ‘임대차 3법’, 검찰을 무력화하는 ‘검수완박법’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가 민심의 역풍을 맞았다. 북한 정권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비판을 받은 ‘대북전단금지법’은 지난해 위헌 결정을 받았다.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장관·판사·검사 탄핵안을 통과시킨 것도 21대 국회가 처음이다. 법안 처리율이 36.6%에 그친 것은 역대 최저 기록이다.
국회의원 세비와 보좌진 급여, 각종 보조금을 합치면 21대 국회 4년간 운영 비용은 1조200억원이다. 이런 막대한 국민의 돈을 쓰면서도 이룩한 성과가 과연 뭔가. 상생과 협의는 실종되고 살벌한 정치 공방만 오갔던 기억밖엔 남지 않았다. 이런 막장 국회는 21대로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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