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개미와 베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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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가만히 있기가 의외로 어렵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결국 집을 나서 작업실로 향했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것을 비생산적이라고 여기고 불안함을 느낀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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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가만히 있기가 의외로 어렵다는 것이다. 모처럼 한가롭게 빈둥대는 휴일을 계획하며 어떤 일정도 만들지 않았는데, 토요일 정오 무렵부터 뭔가 해야 할 것만 같은 어색하고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결국 집을 나서 작업실로 향했다. 그리고 예정에 없던 대청소를 했다. 한결 쾌적해진 작업실을 보며 아침나절의 죄책감 대신 만족감을 느꼈는데, 이런 심리변화에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를 떠올렸다. 겨울을 대비해 열심히 식량을 모은 개미가 바이올린을 켜며 유유자적 시간을 보낸 베짱이를 비난하는 이야기 말이다. 개미처럼 부지런히 움직였던 나는 가만히 앉아 쉬고 싶은 마음을 베짱이에 빗대어 게으르다 여기고 있었다.
가만히 있기가 불편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생산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과 쉬는 시간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에 젖어든 탓일 것이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것을 비생산적이라고 여기고 불안함을 느낀 건지도 모른다. 분주하고 활동적인 삶이 이상적이며 성공의 상징이라고 평가하는 사회적 기대를 나도 모르게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일과 공부, 사회활동, 취미생활에 이르기까지 여러 역할과 책임 속에서 바삐 살아간다.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잠을 청하기 전까지 몸과 정신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생산성 강박과 경쟁, 심리적 불안, 사회적 기대 등 여러 요인이 가만히 있기를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부지런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면서 가만히 있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가만히 있음은 사치도 게으름도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삶에 있어 꼭 필요한 휴식과 충전과 사유의 시간이다. 개미처럼 근면하게 살되 베짱이처럼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건강한 삶의 균형을 다시 맞춰가야겠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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