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정섭 처남댁·처남 마약 사건 수사관 등 증인신청 기각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53·사법연수원 32기)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이 검사의 비위 의혹 제보자인 이 검사의 처남댁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에 대한 국회 측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헌재는 다음 달 25일 3차 변론기일을 마지막으로 변론 절차를 마무리한 뒤 국회 측이 제시한 이 검사의 소추사실들이 인정되는지, 또 이 검사를 검사직에서 파면할 정도의 위법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전망이다.
28일 열린 이 검사의 탄핵심판청구 사건 2차 변론기일에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강씨가 제출한 진술서 내용을 저희 재판부에서 다 검토를 하고 채부에 관한 합의를 거쳤다"라며 "강씨는 진술서를 통해 탄핵심판과 관련해 본인이 경험하거나 증언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강씨의 진술서를 서증으로 제출받았고, 피청구인(이 검사) 측에서 증거 사용에 동의함으로써 사실상 반대신문권을 포기한 상황이 됐다"라며 "강씨에 대한 증인 신청은 채택하지 않고 기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검사 측은 강씨가 제출한 진술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동의했다.
지난 9일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청구인 측 대리인 김유정 변호사는 "강씨의 진술을 보면 (처남의 마약) 사건이 외부의 영향으로 무마됐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증인 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의 탄핵 소추 사유 중 '일반인 전과 조회', '대기업 임원 접대' 의혹 등에 대해서도 강씨가 직접 전과 정보를 전달받거나 단체 모임에 참석했으므로 진술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김 변호사는 강조했다.
반면 이 검사 측 서형석 변호사는 ▲3회에 걸친 준비절차가 종료된 이후에 강씨에 대한 증인신청이 이뤄진 점 ▲강씨가 이 검사의 직무집행과 관련해서 직접 접촉하거나 경험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 ▲강씨가 정당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염려되는 점 등을 지적하며 "(강씨를 통해) 반드시 입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 진술이 귀 재판소에 제출될 필요가 있다면 진술서를 제출하거나 문답서를 상세하게 기재해 제출하는 것으로 족하고, 이미 언론을 통해 인터뷰도 많이 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정리해 제출하면 족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라고 증인 채택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국회 측이 이 검사가 대기업으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입증하기 위한 증인이라며 신청한 대기업 임원 김모씨와 이 검사의 처남 조모씨의 마약사건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 3명 등 4명에 대한 증인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소장은 "강씨와 마찬가지로 4명의 증인에 대해서도 2차 변론기일 이전에 재판부가 논의를 거쳤다"라며 "재판부의 의견은 지금까지 제출한 자료나 서면들을 검토한 결과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저희들의 판단이다"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탄핵소추 시의 사유서나 준비기일, 1차 변론기일까지 전혀 특정되지 않은 사람들이고, 또 직무와 관련된 어떤 행위와 관련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소명이 없는 상황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모색적으로 증인으로 채택해 신문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헌재는 이 검사의 처남과 이 검사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조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에 대한 증거능력 인정 여부는 양측의 추가 의견서를 받은 뒤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청구인 측은 해당 자료를 검토한 뒤 정리해서 서증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탄핵사유와 관련이 있는 부분만 추려서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서증으로 제출하더라도 탄핵사유와 무관한 내용의 자료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앞서 이 검사 처남 조씨의 휴대전화를 검증한 포렌식 업체에 문서제출명령을 내려 2014년부터 2023년 2월까지 조씨와 피청구인, 조씨와 피청구인의 처 사이에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일체와 특정 단어가 포함된 메시지 내용 일체를 제출하도록 했다.
해당 자료에 대해 이 검사 측은 강씨가 조씨의 휴대전화를 절취해 분석을 의뢰한 결과물이므로 증거로 사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청구인 측은 부부 사이에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돼 처벌되지 않는 행위라는 등 근거를 들어 증거로 채택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날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동일성·무결성 등 해당 디지털 증거 자료가 증거능력을 갖기 위한 요건들을 청구인 측에서 입증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소장은 특히 사생활이나 개인정보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큰 해당 자료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줄 것을 양측에 당부했다.
이 소장은 "재판부는 해당 업체로부터 문서제출보고서를 제출받았고, 쌍방대리인 모두 열람한 것으로 안다"라며 "보고서 내용 중에 관련되는 분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이 사건 탄핵 절차 관계자 외의 제3자에게 유출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사전에 말씀드렸지만 다시 한번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재판부가 문서제출명령을 할 당시 단서로 달았던 내용과 양측 대리인이 작성한 서약서의 취지에 따라 탄핵심판 절차 이외의 장소나 목적에 사용되거나 언론 등에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검사 측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반한다'는 국회 소추 절차의 하자에 대한 주장은 철회했다. 이 소장은 "주장을 철회하지만 이 사건 탄핵심판 청구는 탄핵소추권이 남용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정으로 고려해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헌재는 3차 변론기일을 다음 달 25일로 잡았다.
이 소장은 "상황에 따라서는 다음 기일에 변론이 종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다음 기일에 소추위원과 피청구인이 최종 의견 진술을 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이 소장은 "물론 신청되는 증거 채부에 따라 변론기일은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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