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상 비극적 실수"라더니…이스라엘 탱크, 라파 중심부 진입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가자 최남단 도시 라파 중심가로 탱크를 출격시켰다. 연이은 난민촌 폭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데 대해 '비극적 실수'라고 인정하면서도, 한쪽에서는 본격적인 시가전에 돌입하며 공세를 퍼부을 모양새다. 국제사회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군이 '레드라인'을 넘었는지 평가에 들어갔고, 유럽연합(EU)은 라파 국경검문소 관리를 재개할 뜻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28일(현지시간) 목격자를 인용해 이날 다수의 이스라엘군 탱크가 라파 중심가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라파 중심가에 있는 랜드마크인 알-아우다 모스크 인근에서 이스라엘군 탱크를 봤다고 전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부터 항공기와 탱크를 동원해 공격했고, 라파 서쪽으로 진격한 탱크는 주루브 언덕에 자리 잡았다. 주루브 언덕은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국경이 내려다 보이는 가장 높은 언덕으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점이다.
이날 주부르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대원간의 총격전도 벌어졌다. 일부 목격자는 이스라엘군 장갑차 내부와 근처에 병사들이 없었다면서 원격조종 무인 장갑차를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이 이스라엘-이집트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통로'를 장악해 라파를 포위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심 깊숙이 들어가는 전면적 지상전을 강행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은 채 추후 관련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를 장악한 데 이어 라파 주거 지역까지 진입하는 등 이 지역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보고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라파 공격 중단 긴급 명령을 내린 지 이틀 만인 지난 26일에는 라파의 난민촌을 공습해 최소 45명이 사망하고 약 250명이 다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난민촌 폭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전날 "비극적 실수"라면서도, 라파를 '하마스의 숨통'이라 주장하며 하마스 섬멸이라는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이스라엘의 라파 대규모 공격을 '레드 라인'으로 규정했었다. 이달 초에는 이를 어길 경우 공격용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미국의 강경한 입장은 이스라엘 측이 민간인 피해를 줄이겠다며 설득해 나서자 누그러드는 듯했지만, 이번 공격으로 '레드 라인'을 넘었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바이든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검문소를 직접 관리하는 일을 17년 만에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EU 국경지원임무단(EUBAM)을 다시 라파 국경에 배치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UBAM은 역외 분쟁 지역의 국경 지대 갈등 해소를 돕기 위해 2005년에 조직돼 당시 라파 검문소에 파견됐었다. 2007년 6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뒤 철수했는데, 최근 가자 위기가 심각해지자 활동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EUBAM이 국경을 관리할 경우 구호품 등이 보다 원활하게 드나들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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