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범벅 해병대원의 호통 "당신들 아들이 죽었다면!"

박수림 2024. 5. 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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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채상병 특검법 폐기에 해병대원들 분노... 야당 "22대에서 다시 발의"

[박수림, 유성호, 남소연 기자]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재의결 건이 부결되자, 베트남전 참전용사 이근석(해병대 214기)씨가 분노하고 있다.
ⓒ 유성호
 
"당신들 아들이 죽었어도 이렇게 (채상병 특검법 반대) 하겠습니까? 당신들의 손자가 죽었다고 해도 이런 행동을 하시겠습니까?" - 이근석(해병대 214기)씨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재표결에 부쳐진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돼 폐기되자 해병대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몇몇은 상기된 얼굴로 국회의원들에게 "뭐 하는 거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는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다. 이날 첫 안건으로 상정된 채상병 특검법은 무기명 수기 투표 결과, 출석 의원 294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본회의 앞둔 해병대원들 "폭풍전야 속 기대감"
 
▲ 국민의힘 의총장 찾은 해병대예비역연대 “채해병 특검 부탁드립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찾아 채 상병(해병)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 표결을 부탁했다.
ⓒ 유성호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찾아 채 상병(해병)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 표결을 부탁했다.
ⓒ 유성호
 
▲ 국민의힘 의총장 찾은 해병대예비역연대 “채해병 특검 부탁드립니다” #shorts ⓒ 유성호

해병대를 상징하는 빨간 티를 입은 해병대원 40여 명은 본회의 시작 1시간 전부터 미리 모여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박정훈 대령의 동기인 김태성 해병대사관 81기동기회 회장은 "폭풍전야 같다"면서도 "(특검법이 재의결될 것이란) 기대를 놓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자료가 많이 나오고 있어 의외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란표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 법률자문역과 박정훈 대령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는 김규현 변호사는 기대와 긴장이 섞인 표정으로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해병대원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다 한 것 같다"며 "결과를 담담하게 기다려야겠다"고 전했다.

곧이어 해병대원들은 4층에 있는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들과 군 사망사고 유족들도 이들과 함께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방청에 참석했다. 오후 2시가 되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시작을 알렸다. 의원들은 오후 2시 44분부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무기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 방청석 메운 분노·눈물
 
 김진표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 재의의 건 부결을 선포하고 있다.
ⓒ 남소연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재의결 건의 투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 채해병 특검 부결에 분노한 해병대예비역연대 “윤석열 정권 참수 작전하겠다” ⓒ 유성호

 
▲ 눈물범벅 해병대원의 호통 "당신들 아들이 죽었다면!" ⓒ 유성호

투표와 개표가 진행되는 약 30분 동안 해병대원들은 "(국회의원 중) 몇 명이나 불참했을까?"라며 결과를 궁금해 했다. 몇몇은 본회의장 쪽을 향해 고개를 두리번거렸고, 또 몇몇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총 투표수 294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법안이 부결됐다"라고 투표 결과를 알리자, 해병대원들은 잠시 충격에 빠진 표정을 보였다. 얼굴이 빨개지거나 한숨을 쉬기도 했다.

곧이어 한 해병대원이 "국회 뭐 하는 거야!"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해병대원들 사이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에이 나쁜 놈들아!", "당신들이 국회의원이냐", "당신들 아들이, 손자가 죽었다고 생각해 보라"는 외침이 이어졌다. 

국회 관계자들은 이들을 진정시키고 밖으로 안내했지만 해병대원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재의결 건이 부결되자,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 유성호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우리 단체는 채해병 특검법을 거부한 윤석열 정권 퇴진의 선봉에 서겠다. 우리는 칼끝이 되어 윤 정권을 끌어내리고 해병대의 무너진 명예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이근석(해병대 214기)씨는 눈물을 흘려 얼굴이 빨개진 채로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당신들의 아들이나 손자가 죽었다고 해도 이런 행동(반대투표)을 할 것이냐"라고, 윤 대통령을 향해 "나라가 이게 뭐냐. 국정을 정의롭고 똑바로 운영하라. 양심을 가지라"고 외쳤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은 국회 본관 내부 계단에 모여 "채상병 특검법을 제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벌였다. 해병 단체들도 국회 본관 외부 계단으로 나가 채상병 특검법 부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두고 제기된 정부의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의혹을 규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으나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로 돌아왔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재의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해당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채상병 특검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끝내 부결되며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다만 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특검법안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6당 의원 및 당선인들이 28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 부결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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