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배 감독대행, 40년지기 최원호 감독 퇴진에 "많이 울었습니다"

배영은 2024. 5. 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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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또다시 '감독 없는' 5월을 맞았다.

최원호(51) 감독을 내보낸 한화는 28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정경배(50)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내세워 첫 게임을 치른다. 정 감독대행은 침통한 표정으로 "최근 팀 분위기가 괜찮아서 (최 감독의 퇴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감독님께 죄송하다는 말 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최원호 감독 퇴진 후 첫 경기인 28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감독대행을 맡게 된 정경배 수석코치. 사진 한화 이글스


한화는 지난 26일 최원호 감독과의 결별을 확정하고 27일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최 감독이 사의를 밝혔다"고 했지만, 갑작스러운 퇴진에는 모기업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진 사퇴 형식을 빌린 실질적 경질이다.

최 감독은 김성근(2017년 5월)-한용덕(2020년 6월)-카를로스 수베로(2023년 5월) 감독에 이어 또다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시즌 도중 한화를 떠나게 됐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오로지 감독에게 돌리면서 믿고 기다릴 의지는 없는 한화의 조급증이 이런 결과를 불렀다.

최 감독은 이날 오후 야구장을 찾아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좋을 때 자만할 필요도 없고, 안 좋을 때 포기할 필요도 없다"며 "지금 좋은 흐름을 타고 있으니 어느 감독과 함께하든 여러분은 선수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우리가 스프링캠프부터 목표로 했던 포스트시즌에 꼭 올라갈 수 있도록 밖에서 많이 응원하겠다"고 격려했다. 최 감독은 선수단 전원과 악수를 한 뒤 담담한 표정으로 야구장을 빠져나갔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를 함께 지켜보고 있는 최원호 전 감독(오른쪽)과 정경배 수석코치. 사진 한화 이글스


임시로 한화 지휘봉을 잡은 정경배 수석코치는 최 감독과 인천고 동기동창이다. 지난 시즌까지 SSG 랜더스에 몸담았다가 "곁에서 도와달라"는 최 감독의 요청을 받고 흔쾌히 팀을 옮겼다. 그러나 한화에서 단 51경기만 함께한 채 절친한 친구의 퇴진을 지켜보게 됐다. 느닷없이 1군 지휘봉을 잡고 팀을 빠르게 수습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기에 어깨도 무겁다.

정 대행은 롯데전을 앞두고 "최 감독님과 40년째 친구인데, 많이 울었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도움을 많이 드리지 못해 여전히 죄송할 따름"이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정 대행은 또 "밖에서는 잘 모를 수 있지만, 감독님이 안에서 팀을 잘 만들어 놓으셨다. 내가 경험은 없지만, 그 틀과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당분간 (팀을) 잘 이끌어보려고 한다"며 말을 아꼈다.

정 대행은 투수 류현진, 외야수 채은성과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구심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정 대행은 "선수들은 어쨌든 야구를 계속해야 하니, 미팅 때 '감독님 일에 동요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얘기만 했다"며 "다만 류현진, 채은성 등 고참 선수들에게는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달라'고 따로 부탁했다. 그 선수들이 후배들에게는 코치보다 더 큰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호 감독 퇴진 후 첫 경기인 28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선수단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정경배 감독대행(왼쪽). 사진 한화 이글스


주장 채은성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최근 팀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아쉽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인 것 같다"며 "결국 선수들이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할 말이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경기를 열심히 준비하고 이기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또 "선수들에게 '잠시만 슬퍼하고 우린 최선을 다해 승리하자'고 얘기했다. 감독님도 우리에게 '지난겨울부터 잘 준비했으니, 그대로 나아가달라'고 당부하셨다"며 "물러나신 박찬혁 사장님과 최 감독님을 생각해서라도 우리가 목표한 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겠다.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고, 남은 경기가 더 많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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