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 죄송…이대로면 尹도 손가락질 받아" 울먹인 의대 교수들

남수현 2024. 5. 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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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실 레드팀께 :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제 앞의 환자만 생각하고 (의료 정책에 대한) 책임을 방기해왔던 것을 후회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그간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 정책에 교수들이 무심했던 것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정부를 향해 “증원을 재검토 해주면 제자들(전공의·의대생)에게 ‘(병원에) 들어와서 의료개혁을 같이 해보자’고 얘기하겠다”며 ‘원점 재검토’ 요구를 되풀이했다.

이날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이하 비대위)가 마련한 기자간담회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 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라는 제목으로 개최됐다. ‘레드팀’은 조직의 발전을 위해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비판자 역할을 담당하는 팀을 뜻한다. 강희경 위원장은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레드팀 기능을 강화해 국민의 시각에서 정책을 점검하는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레드팀에게 저희 비대위의 간곡한 부탁을 전한다”고 말했다.


尹 향해 “손가락질 받게 될 것”…국회에도 개입 요청


비대위는 ‘대통령실 레드팀’을 향한 입장문에서 “(2000명이라는) 허망한 수치에 대한 집착이 환자와 의사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수많은 병원 임직원들의 생계와 관련 업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정부는 알고 있느냐”고 물으며, “이대로라면 의료 파국은 정해진 미래”라고 주장했다. 또 “의대 증원이 지금은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대로 강행되면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게 될 것”이라며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용기도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2000명이란 증원 규모를 원점으로 돌리고,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증원을 멈춰야 한다는 게 비대위의 입장이다. 앞서 비대위는 국민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의료개혁 시나리오를 공모받아 지난 14일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때 선정된 내용을 토대로 향후 필요한 의사 수 추계 논문을 모집해 내년 2월 중 결과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강 위원장은 “국민들께서 의료계가 ‘증원은 1명도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계시는데, 그렇지 않다”며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증원하자는 게 의료계의 제안”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2020년 여름의 의료계 공백이 한달만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국회 주도로 의정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22대 국회를 향해 개입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대로면 전공의 복귀 안해…교수도 할 수 있는 것 없어”


교수들은 “정부가 증원을 지금 수준으로 밀어붙인다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며 “그러면 사실상 교수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도 했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거나, 주 1회 휴진 등의 방법으로 증원에 항의 뜻을 표해왔지만, 참여율이 높지 않아 별다른 파급력이 없었다. 이전 비대위원장이었던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소수의 교수들이 사직한다고 해서 사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직을 독려한 것에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하은진 신경외과 교수도 “전공의들과 다시 환자를 보고 싶다.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최대한 버틸 것”이라며 사직할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전공의들을 향해 그간 의료체계 개선에 신경 쓰지 못한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방 교수는 “그동안 나만 ‘명의’ 소리 듣고, 내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반성했다”며 “정부가 만약 원점 재검토를 해준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게 ‘우리 교수부터 제대로, 잘 할 테니까 제발 들어와서 같이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보자’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준성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도 “정부는 의료계 현실을 너무 모르고, 우리도 의료 정책을 너무 모르는구나 반성하게 됐다”며 “젊은 의사들이 자부심 갖고 의료인으로서 역할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놓을 테니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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