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니언, 쇼메이커만큼 잘하고 싶어요”

DK ‘루시드’ 비시즌 인터뷰
“캐니언·쇼메이커, 항상 존경하는 선수”
“‘롤드컵 못 가면 죽는다’는 마인드로 서머 시즌 임할 것”

“존경하는 선수는 ‘캐니언’ 김건부와 ‘쇼메이커’ 허수 선수예요. 디플러스 기아가 친정팀이다 보니 늘 지켜보고 자랐어요. 두 분 다 정말 잘하시잖아요. 두 선수만큼이라도, 아니면 그 이상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꿈을 키웠어요.”

디플러스 기아 정글러 ‘루시드’ 최용혁은 올해 처음 국내 프로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무대를 밟았다. 그는 스프링 시즌을 두고 “아쉽지만 나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디플러스 기아에서 나고 자란 최용혁은 롤모델로 김건부와 허수를 꼽으면서 언젠간 두 선수처럼 베테랑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디플러스 기아 숙소에서 최용혁을 만나 스프링 시즌 소회, 프로 선수로서의 목표, 서머 시즌 다짐을 들었다.

-스프링 시즌이 끝나고 어느덧 MSI도 끝났다. 서머 시즌을 앞두고 어떻게 지냈나.
“재충전 느낌으로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게임보단 쉬는 거에만 집중했다. 산책도 하고, 야구장도 가고 최근 생긴 수원 스타필드도 다녀왔다. 아무 생각 없이 쉬다가 휴가가 끝나갈 때 즈음인 지금 서머 시즌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스프링 시즌이 LCK 첫 데뷔였다. 이번 시즌 어떻게 평가하고 싶은가.
“LCK에 데뷔하기 전까지 2군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했다. 내가 우러러 바라만 봤던 곳을 직접 발로 뛰게 되니까 없던 패기도 생기더라. 초반까지만 해도 ‘많이 이길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고 자신감도 있었다. 다만 초반에 연패하다 보니까 자신감이 줄더라. 실력이 빠르게 느는 느낌도 안 들었다. 그래도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부터는 내 폼이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마무리는 좋아서 아쉽지만 나쁘지는 않은 시즌이었다.”

-데뷔하자마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최 선수의 리 신 등 활약이 남달랐다.
“KT 롤스터를 상대할 땐 내가 자신 있는 챔피언을 하면 이길 것 같았다. 자신감도 있어서 리 신을 뽑았고 굉장히 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젠지랑 경기할 땐 리 신이 고정 밴이더라. 그래서 스프링 시즌 중에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 바이를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젠지전 5세트 때, 내가 세주아니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겼을 것 같다. 숙련도가 부족한 챔피언이었다.”

-유독 디플러스 기아는 젠지만 만나면 강해진다. 당시 옛 선배였던 김건부를 만났다.
“나한텐 정말 존경스러운 선수다. 2년 동안 우러러본 느낌이 있다. 정말 잘하시고 어깨너머 배운 것도 많다. 근데 젠지로 가셨지 않나. 왠지 모르게 김건부 선수를 만나면 더 잘해지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부담감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스프링 시즌을 보내고 배운 점이 있나.
“경기가 거듭될수록 스스로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이재민 감독님과 스크림(연습경기)이나 경기가 끝날 때마다 매번 피드백 시간을 가졌다. 프로 선수들한테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것을 많이 배웠고 도움이 됐다.”

-반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자책을 많이 하게 되더라. 2군에 있을 땐 또래 애들과 하다 보니 자책도 하고 남 탓도 했다. 팀 유튜브 다큐멘터리 영상에서도 봤는데, ‘왜 이렇게 자책을 많이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부분이 아쉽다. 조금 더 뻔뻔하게, 내 플레이를 자신 있게 해야 한다고 느꼈다.”

-평소 CL에선 최 선수를 두고 ‘적수가 없다’고 관계자들이 말했다.
“두 리그를 모두 뛰면서 확연한 차이를 느꼈다. 당시 주변에서 내가 피지컬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CL에선 덕분에 사소한 실수 정도는 넘어갈 수 있었는데, LCK에선 피지컬이 좋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2군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이 해외 팀으로 이적했다.
“‘타나토스’ 박승규한테 직접 이적한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소식을 듣다가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2군 동료들과 2년 동안 같이 호흡을 맞춰왔다. 처음엔 다 같이 1군으로 올라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라는 게 쉽지 않더라. 어쩔 수 없이 다들 떠나가는 게 아쉽지만 각자 갈 길을 찾아가는 거 같다. 다만 ‘라헬’ 조민성은 이적 소식도 안 알려주더라. 굉장히 서운했다.”

-다가올 서머 시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디플러스 기아의 서머는 어떻게 예상할 수 있나.
“스프링 때는 잘할 땐 엄청나게 잘했지만, 못할 땐 너무 아쉽더라. 중후반 교전, 운영, 기복 있는 플레이 등을 해결하면 강팀들 상대로도 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MSI도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간절하게 가고 싶었다.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챔피언을 플레이하면서 내 기량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올해 국제무대가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남아있으니까 ‘못 가면 죽는다’는 마인드로 임하겠다.”

-정글 메타가 꽤 바뀌었다. 특히 성장형 정글러, AP 챔피언 활약이 기대되는데.
“워낙 옛날부터 성장형 챔피언을 좋아했다. 니달리가 가장 좋은 챔피언일 것 같다. 스프링 시즌 때는 세주아니, 마오카이, 렐 돌림판이었다면 서머 시즌에는 더 다양한 챔피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자신 있는 챔피언은 비에고, 니달리, 리 신이다.”

-서머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강팀을 많이 이기고 싶다. (강팀을 상대로) 정규 시즌에서 많이 이기면 자연스럽게 플레이오프에서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지난번부터 올-프로 퍼스트 팀 선수가 되겠다고 말을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쉽지 않더라. 그래도 올-LCK 팀 퍼스트 팀에 도전해보겠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남고 싶은가.
“팀의 ‘상수’가 되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나 기본값 이상으로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또, ‘이 팀에 있어 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프로게이머로선 커리어를 많이 쌓고 싶다. 국내외 대회 모두 우승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서머 시즌 최대한 열심히 잘 준비해서 스프링 때 좋았던 모습을 다 보여드리고 싶다. 이게 제 목표이기도 하다.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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