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낸 김두현 카드... 전북 운명, 초보감독에 달렸다
[이준목 기자]
위기에 빠진 K리그 '명가' 전북 현대가 돌고돌아 다시 김두현 카드를 꺼냈다. 전북은 5월 27일 "제8대 사령탑으로 김두현 전 수석코치를 낙점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북은 올시즌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다. '현대가 라이벌' 울산 HD와 더불어 우승후보라는 기대치가 무색하게 시즌 개막 후 5경기 무승을 기록하며 부진에서 벗어나지못하자 루마니아 출신 단 페트레스쿠 감독과 한달여만에 작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 구단 레전드 출신인 박원재 코치에게 임시 감독대행을 맡겼으나 반등은 쉽지 않았다. 14경기를 치른 현재 전북은 3승5무6패 승점 14점에 그치며 12개구단중 10위로 강등권에 머물러 있다. 다이렉트 강등을 당할 수 있는 최하위 대전 하나시티즌(승점 11)과는 불과 3점차다.
벼랑 끝에 몰린 전북이 분위기 반전을 위하여 꺼내든 카드는 김두현이었다. 신임 김두현 감독은 82년생으로 현역 시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웨스트 브롬위치와 수원, 성남일화 등에서 활약하며 '천재미드필더'라는 명성을 얻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다. 국가대표로도 2006년 독일 월드컵, 2007년 AFC 아시안컵 등 총 A매치 62경기에 출전하여 많은 경험을 쌓았다.
김두현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전북과 별다른 접점이 없었지만, 전북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강희 감독이 극찬하며 오랫동안 꾸준히 영입을 원했던 선수로도 유명했다. 김 감독은 은퇴 이후 친정팀 수원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가 2021년 김상식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 수석코치로 마침내 전북과 인연을 맺게 됐다.
2023년에는 김상식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사임하면서 감독대행을 맡게 됐다. 재임기간동안 5승 2무 1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전북의 반등을 이끌고 페트레스쿠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이후 김두현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동중인 서정원 감독의 부름을 받아 청두 룽청에서 수석코치로 생활했으나, 이번에 다시 전북 현대로 돌아와 마침내 정식 감독의 자리에 올랐다.
팬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김두현 감독은 불과 1년전까지 전북에서 코치와 감독대행까지 역임한 만큼, 팀사정에 밝고 선수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서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대행 시절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전술과 선수들의 명확한 역할분담, 적재적소의 선수 교체 등, 전임 감독 시절의 문제점을 크게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초보같지 않은 초보 감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전임 감독체제에서 애매한 포지션과 역할을 고전하던 백승호를 살려내 다시 유럽파 재진출까지 이끌어낸 것은 김두현 감독의 성과라 할 만하다.
또한 한때 강등권가지 추락했던 전북이 시즌 후반기 그나마 4위까지 반등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김두현 대행 체제에서 분위기 전환의 초석을 닦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한 듯, 전북은 김두현 감독을 낙점한 이유에 대하여 "구단의 철학과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고려하여 이에 가장 부합하는 신임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신중한 검토 과정을 거쳤다"라며 "김두현 감독은 다양한 전술과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지도자로서의 능력과 잠재적인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시즌 중에 감독을 교체해야 했던 위기 상황에서, 경험이 부족한 초보 감독에게 무거운 짐을 맡긴 것은 도박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전북은 후임 감독 인선에서 장고를 거듭하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마평에 오른 후보군에는 신태용(인도네시아 대표팀), 김도훈(A대표팀 임시감독)같은 경험많은 국내 베테랑 지도자에서부터, 또다시 외국인 감독도 거론되었으나, 결국 정식 감독 경험이 없는 김두현 감독을 선택했다.
전북의 현재 상황은 어쩌면 김두현 감독의 대행 시절이었던 지난 시즌보다도 더 좋지 않다. 당시에는 전임 감독의 전술문제나 팬들과의 불화 등, 경기외적인 분위기와 흐름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면, 올해의 전북은 전력 자체가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비록 이름값면에서는 여전히 K리그 최고 수준으로 보이지만, 조규성-백승호 등 주축 선수들이 이적한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김진수-박진섭-안현범 등이 줄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구심점이 되어줄만한 확실한 해결사나 그라운드내 리더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두현호의 정식 감독 데뷔전은 29일 강원FC와 K리그1 15라운드 원정 경기다. 김두현 신임 감독은 구단을 통해 "중요한 시기에 전북에서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함과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믿음에 결과로 증명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쏟아서 전북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김 감독이 과연 이번에도 위기의 전북을 구원해내는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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