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10만 원 선고받은 환경운동가, 항의 뜻으로 노역장

윤성효 2024. 5. 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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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 "기후외침은 무죄"... 터널 입구에 글자 쓴 혐의

[윤성효 기자]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가 28일 오후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기후외침은 무죄"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기후외침은 무죄."

박종권(72)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터널 입구에 글자를 썼다가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벌금 10만 원이 확정되자, 항의의 뜻으로 노역장에 유치되기에 앞서 이같이 외쳤다.

박종권 대표는 28일 오후 창원지방검찰청 민원실을 찾아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대신에 노역장을 하려고 왔다"라고 밝힌 뒤 안으로 들어갔다. 박 대표는 일당 5만 원으로 계산돼 이틀 동안 유치돼 있어야 한다.

박종권 대표는 2021년 12월경 창원마산 진전면·진동면 일대 터널 입구 4곳에 '기후위기'라는 글자를 썼다. 박 대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정부와 언론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라고 주장했다.

검찰·법원은 박 대표가 위법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터널을 관리하고 있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고발했고,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이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누구든지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그 밖의 인공구조물과 자동차 등에 함부로 광고물을 붙이거나 내걸거나 끼우거나 글씨 도는 그림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1심인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2022년 11월 4일 "정치적, 사회적 표현의 자유 실현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그 목적은 일응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인공구조물 관리자의 사전 동의나 허락 없이 도로를 통행하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 쉽사리 지우기 어려운 글씨를 쓴 것은 그 수단이나 방법에 있어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벌금 15만 원을 구형했고, 판사는 벌금 10만 원을 선고했다. 박종권 대표는 국선 변호인을 통해 대응했다.

항소심인 창원지방법원 제5형사부는 2023년 9월 1일 "사회상규에 비춰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며 항소 기각했다. 박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했으며, 대법원 제3부는 지난 3월 12일 상고 기각했다.

박 대표는 벌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여러 차례 벌금 납부를 독촉했고, 이에 박 대표가 이날 자진으로 창원지방검찰청을 찾아가 노역장 유치를 선택했다.

"기후위기 글씨 표현, 수많은 생명 지키기 위한 정당행위"
 
 창원마산~고성 사이 국도에 있는 터널 입구에 '기후위기'(원안)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박종권 대표가 노역장 유치를 한다는 소식을 들은 활동가들은 ㄱ와 창원지검 입구에서 만나 동행했다. 이들은 "기후외침 막지 마", "판·검사도 기후위기 못 피해", "1.5도 상승 5년 기후위기"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임재희(23) 활동가는 "어른이 아이들을 위해서, 기성세대가 미래세대를 위해서, 할아버지가 손주를 위해서 기후위기를 막아내고자 한 행동이 왜 감옥까지 가야 하나. 세상이 원망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 검찰, 법원 누구보다도 기후위기에 나서야 할 사회지도층 아닌가. 어느 누구보다도 기후위기에 앞장서서 활동하고 있는 박 대표를 감옥으로 보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2년 동안 경찰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저의 행동에 대한 불가피성을 충분히 설명했고, 1심 판사, 항소심 판사에게도 서면의견서와 법정 진술을 통해 기후위기를 충분히 알렸지만 소용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그들에게 기후위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상고 이유서를 통해 대법관들에게도 기후위기의 실상을 충분히 알렸다. 2년 전 1심 판결 때보다 기후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는 사정변경이 있었지만, 판결은 변동이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기후위기 때문에 인류가 멸망하고 아이들이 멸종위기종이 되기 싫다면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거리에서 기후위기 막아 달라고 외치고 있지만 쇠귀에 경 읽기다. 기후운동가가 터널에 올라가서 왜 기후위기를 썼는지 우리나라의 경찰과 검찰, 판사는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재판부는 아무리 시급하다고 해도 다른 홍보 수단이 없다고 할 수 없어 유죄를 선고한다고 했다"라며 "정부는 기후 운동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기후위기 막아 달라는 목소리를 외면한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가 시급하지만 몇 년 동안의 계도기간이 지나 실천할 시간이 오자 환경부는 규제를 무기한 연기해 버렸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후운동가는 돈이 들지 않는다면 어떠한 수단도 가리지 않고 시민들에게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려야 하는 절박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기후위기 글씨 표현은 수많은 생명들을 지키기 위한 정당행위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라며 "기후위기 글씨를 고발한 국토관리청은 물론이고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들은 모두 기후 악당으로 비난받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벌금형 판결은 기후위기 시대에 잘못된 판결이다. 결코 승복할 수 없다"라며 "앞으로 유사한 법적 다툼이 또 생긴다 해도 저항하고 우리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다. 이번 부당한 판결에 불복종하는 저항 정신을 보여 주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노역장에 임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가 기후 활동으로 벌금 10만 원을 선고받아 항의의 뜻으로 노역장에 유치되기에 앞서, 28일 오후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기후외침은 무죄"라고 외치고 있다.
ⓒ 윤성효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가 기후 활동으로 벌금 10만 원을 선고받아 항의의 뜻으로 노역장에 유치되기에 앞서, 28일 오후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기후외침은 무죄"라고 외치고 있다.
ⓒ 윤성효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가 28일 오후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기후외침은 무죄"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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