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발탁만 7명, 김도훈 감독의 역할은 '변화와 경쟁'
[이준목 기자]
김도훈 임시 감독이 지휘한 6월 A매치 축구대표팀 23인 명단이 공개됐다. A대표팀 최초 발탁만 7명이나 될만큼 선수단에 대대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앞선 황선홍호 임시 1기 체제에 이어 팀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새롭게 만들어나가기 위한 과도기에 놓여있는 대표팀의 현 주소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2월 카타르 AFC 아시안컵 이후 독일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을 경질했으나, 3개월째 후임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에게 첫 번째 임시 감독을 맡겼고, 6월엔 김도훈 감독에게 다시 한번 임시 감독을 맡아달라고 SOS를 보내야 했다.
김도훈 감독은 6월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싱가포르와 중국전까지 지휘봉을 잡게 된다. 그나마 상대가 비교적 약체팀들이고 한국의 최종예선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라, 성적에 대한 부담은 적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한국축구가 최근 아시안컵 참사, 올림픽 본선진출 실패 등 연이은 부진과 논란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A대표팀이 뭔가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전임인 황선홍호 임시 1기 체제의 화두는 '수습과 재건'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비록 본업인 올림픽대표팀에서는 40년 만의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물러나야 했지만, A대표팀 임시감독으로서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선방했다.
태국과의 2연전에서 1승 1무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고, 손흥민-이강인의 동반 발탁과 화해 과정 등을 통하여 아시안컵의 선수단 내분 사태를 그럭저럭 수습했다. 주민규-박진섭 등 새로운 얼굴들의 과감한 발탁과 기용도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어쨌든 황선홍 감독이 부담스러운 숙제들을 먼저 처리해준 덕분에, 후임 김도훈 감독은 대표팀 운용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6월 A매치 명단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김도훈호의 임시 2기의 방향성은 '변화와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이재성 조현우 등 익숙한 주전 멤버들이 변함없이 이름을 올렸지만, 그에 못지않게 '새로운 얼굴'들의 가세가 두드러진다. 오세훈, 배준호, 황재원, 최준 등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해온 젊은 선수들과 황인재, 박승욱, 하창래 등 연령별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선수까지 A대표팀에 '최초발탁'으로 승선한 선수만 무려 7명이나 된다.
이밖에도 A대표 경험은 있지만 클린스만호 체제에서는 외면받았던 큰 정우영이나 조유민이 다시 복귀했고, 황선홍 감독이 첫 발탁했던 공격수 주민규도 다시 한번 이름을 올렸다. 베테랑 선수에서 유망주까지, 나이와 이름값을 떠나 신구조화를 통한 경쟁체제의 부활을 염두에 둔 의도가 엿보인다.
일부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 결장도 대표팀 명단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의 베스트11로 꼽히던 유럽파 수비수 김민재와 공격수 조규성이 부상으로 6월 A매치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특히 조규성은 6월에 무릎수술을 받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며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무리했던 만큼, 이 기회에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이밖에 정승현, 설영우, 김태환, 박진섭, 이기제 등 클린스만호 체제에서 중용받았던 선수들도 부상과 부진 등으로 모두 김도훈호 승선이 불발됐다.
공격진에서는 손흥민과 이강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대체 자원의 발굴 여부가 눈길을 끈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배준호와 오세훈이다.
전천후 2선자원인 배준호는 황선홍 감독이 이끌었던 23세 이하(U-23) 대표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23-24시즌에는 잉글랜드 2부 스토크시티에서 2골 5도움을 기록하며 주전으로 도약했고 팀내 '올해의 선수'까지 선정될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한국축구에서 이강인과 더불어 쉽게 보기 힘든 온더볼 드리블러이자 테크니션이라는 희소성에서도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세훈은 최근 한국축구에서 몇 안 되는 정통 타깃맨 유형의 공격수다. 한때 연령대별 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K리그에서는 성인무대의 주전경쟁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한동안 잊혀졌다. 하지만 일본 J리그에 진출한 이후 올 시즌 16경기에 나서 6골을 기록하며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주전 공격수 빅3였던 황의조의 퇴출과 조규성의 부상, 오현규의 부진으로 무주공산이 된 A대표팀에서, 오세훈은 주민규와 주전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이 기대된다.
대표팀의 고민은 최대 수비라인이다. 김승규가 장기부상으로 이탈한 골키퍼 자리에는 그에 뒤지지 않는 조현우라는 대안이 있지만, 수비진은 오랫동안 장기집권한 김민재-김영권 센터백 듀오와, 좌우풀백이 모두 가능한 설영우까지 한꺼번에 이탈한 공백이 크다.
김민재는 최종예선까지 돌아올 수 있지만, 김영권은 나이를 감안할 때 이제 차기 북중미월드컵을 대비한 대체자를 시급히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풀백 역시 주전 레프트백 김진수가 잔부상이 낮은 데다 30대를 넘겼고, 오른쪽 풀백은 아예 확실한 적임자가 없는 무주공산이다.
김도훈호에 이름을 올린 수비수는 모두 8명, 이 중 김진수(A매치 72경기)와 권경원(30경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6명의 A매치 출전횟수는 모두 합쳐도 6경기에 불과하다. 카타르 월드컵멤버였던 조유민이 그나마 5경기이고, 이명재가 1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다. 새 얼굴 중에서 최근 소속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황재원과 최준이 경험부족에 대한 우려를 딛고 A대표팀 '풀백 세대교체'를 위한 희망이 되어줄지가 관건이다.
대표팀의 최대 약점이 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정우영과 박용우가 복귀했다. 클린스만호에서 중용받지 못했던 정우영은 어느덧 34세의 노장이고, 박용우는 지난 아시안컵에서 연이은 부진으로 축구팬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마땅한 경쟁자를 찾지 못한 대표팀은 결국 구관들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두 선수에게는 어쩌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찬스가 될 수도 있다.
김도훈 감독의 역할은 이번 2연전를 통하여 2차예선을 안정적으로 통과하는 것은 물론, 9월 최종예선에서 지휘봉을 잡게 될 후임 정식 감독 체제를 위한 초석을 닦아놓는 것이다. 김도훈 감독이 발탁한 선수들과 전술이 북중미월드컵을 대비한 한국대표팀 세대교체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한국축구가 감독교체와 A대표팀 파행운영의 혼란을 끝내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임시 감독' 체제에서 깔끔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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