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체력 하향평준화 때문"…커뮤니티서 먼저 뜬 '얼차려사망' 전후
"게거품 물어도 꾀병 취급, 골든타임 놓쳐"
속칭 '얼차려'로 불리는 군기 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사망한 가운데 사건을 최초 언론 보도보다 몇시간 앞서 알린 한 커뮤니티 글에 누리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육군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 첫 게시글 작성자 글 올라옴'이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했다. 글쓴이는 "사망 기사 뜨기 몇 시간 전에 저 글이 올라왔었음"이라며 한 커뮤니티 글을 갈무리한 사진을 첨부했다.
해당 글의 내용을 보면, 육군 훈련병 사망과 관련한 최초 글은 지난 26일 오후 4시10분쯤 올라왔다. 익명의 글쓴이는 "12사단 신병교육대 OO-O기 O 중대 O 소대 훈련병이 중대장과 부중대장의 가혹행위로 인하여 사망, 그 와중에 소대장은 '너희들 체력이 하향평준화로 일어난 사건'이라며 비웃음"이라고 적었다.
해당 글에는 "진짜냐" "허위 사실이면 고소당할 수 있다" 등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약 4시간 뒤 해당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했고 "진짜네 무슨 일이 있던 거냐" "가혹행위를 어떻게 하면 사람이 죽냐" 등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댓글은 "체력 하향평준화 핑계 진짜냐" "대체 언제적 코로나냐" "하향평준화 됐는데 죽을 때까지 얼차려 주는 게 말이 되냐 군 간부들 생각 좀 하고 말해라" "인간 맞냐" 등 비판을 쏟아냈다.
익명의 글쓴이는 글 게시 하루 뒤인 지난 27일 오후 7시49분쯤 두 번째 글을 올렸다. 그는 "지금 부대 난리 났다. 부모들한테 간부들이 전화 돌려서 '코로나 세대가 체력이 하향 평준화된 상태에서 얼차려 받아서 생긴 일'이라고 말하는데 너무 화난다. 지금 훈련 다 미뤄지고 무한 대기만 하는데 내가 여기서 아무 일 없이 잘 수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너무 무섭다"고 적었다. 해당 글의 진위는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 작성됐던 만큼 신빙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훈련병 동료 부모 주장도 올라와…누리꾼 "군기 훈련이 아니라 가혹행위"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망한 훈련병과 같은 신병교육대에 아들을 보냈다는 부모가 "40㎏짜리 메게 한 뒤 3시간 뺑뺑이 시켰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훈련병 맘카페 발 12사단 사망사건 루머'라는 제목의 글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글을 보면 훈련병 커뮤니티 '더 캠프'에 '○○04 훈련병 모(母)'라는 아이디의 누리꾼 A씨가 당시 사고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댓글을 남겼다.
A씨는 "마음이 아프다. 점호 불량으로 6명에게 20㎏(가방)에 책 같은 걸 더 넣게 해서 40㎏ 만들어 메고 3시간 정도 뺑뺑이 벌, 얼차려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중 한 명(사망한 훈련병)이 다리 인대 근육 다 파열돼 시퍼렇게 돼 쓰러져 의무실에 있는데도 기절한 척하는 줄 알고 이송 안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러다가 골든 타임 놓친 것 같다. 애가 게거품 물고 상태 악화해서 민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사망했다더라. 소변으로 까만 물 나왔다고 한다"고 했다.
해당 댓글은 지난 26일 오후 10시22분 작성됐다. 이와 관련해서 한 누리꾼은 "훈련병들이 일요일인 26일에 핸드폰 받으니 부모님께 전달했을 가능성 있다. 26일 오후 8시에 뉴스가 떴고, 뉴스에 없던 '6명 완전 군장 뺑뺑이' 내용도 있다"며 댓글 내용이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 누리꾼은 "저 댓글 내용이 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같은 사단 옆 생활관 친구한테 듣기로 6명 완전군장 연병장 뛰기, 열사병으로 쓰러짐, 꾀병이라고 생각해 방치했다는 건 직접 봤다고 했다"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누리꾼은 "이 글이 진짜면 그야말로 2024년 판 고문치사 사건" "예전에 훈련소에서 오줌 색깔 이상하면 빨리 말하라고 했다" "얼마나 X같이 굴렸으면 소변에서 까만 물이 나오냐" "이게 2024년 군대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믿기질 않는다" 등 반응을 보였다.
앞서 육군은 지난 23일 오후 5시20분쯤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 군기 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고 발표했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이틀 뒤인 25일 오후 숨졌다. 사망 훈련병은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사망 훈련병 부검 결과와 관련해 "횡문근융해증과 유사한 증상을 일부 보인 것으로 안다"며 "추가로 혈액 조직 검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근력 운동, 지나친 체온 상승, 외상 등의 원인으로 근육이 손상됐을 때 골격근 세포가 녹거나 죽어 신장을 폐색 및 손상하는 병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근육통과 소변 색이 붉게 혹은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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