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박병호, 이례적 방출 자청…거취 놓고 구단과 줄다리기

KT 박병호. 연합뉴스

프로야구 KT 위즈의 간판타자 박병호(38)가 FA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구단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프런트는 선수의 거취를 놓고 고심 중이다.

KT 관계자는 28일 “최근 박병호가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현재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KT의 붙박이 1루수 겸 4번타자로 활약했던 박병호는 올 시즌 들어 입지가 흔들렸다. 백업 내야수였던 문상철(33)이 개막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면서 주전 1루수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둘의 포지션이 겹친 상황에서 타격 페이스가 좋은 문상철이 점차 많은 출전 기회를 받았고, 반대로 박병호는 대수비나 대타로 나오는 경우가 늘어났다. 올 시즌 문상철의 성적은 45경기 타율 0.307 9홈런 21타점 23득점이고, 박병호의 기록은 44경기 타율 0.198 3홈런 10타점 10득점이다.

홈런왕 6회, MVP 2회 수상의 업적을 지닌 박병호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주전에서 밀려난 가운데 돌파구도 쉽게 보이지 않자 여러 루트로 불만을 드러냈다.

보이지 않는 갈등은 결국 최근 들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26일 허리 부상을 이유로 1군에서 말소된 뒤 구단 관계자를 찾아가 방출을 자청했다.

그러나 구단으로선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KT는 2021년 12월 FA 박병호를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의 조건으로 데려왔다. 또, 원소속팀인 키움에는 보상금 22억5000만원까지 내야 해 영입에만 모두 52억5000만원이 들었다. 그런데 선수가 계약기간을 남기고 방출을 자청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