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AMD 3나노 협업 가능성…파운드리 새 국면 [엔터프라이스]
[한국경제TV 정호진 기자]
<기자> "한국 언론을 믿으세요?" 지난해 7월, AMD의 CEO 리사 수가 한 발언입니다. 당시 AMD의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삼성전자에 넘길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놓은 답이었죠. 그런데 이랬던 입장이 180도 바뀌는 모양새입니다. 어제 리사 수는 3나노미터 'GAA' 반도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눈 씻고 찾아봐도 현재 3나노 GAA 방식은 삼성전자만 갖고 있는 기술인 만큼, 시장에선 AMD와 삼성전자의 협업 가능성이 부풀고 있습니다.
일 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AMD가 새로운 결단을 내린 배경부터 향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전망까지 제가 취재한 내용들 전해드리겠습니다.
<앵커> AMD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협업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정 기자, AMD가 삼성전자의 손을 잡으려는 이유가 무엇 때문입니까?
<기자> 말씀드린 대로 우선 AMD가 언급한 3나노 GAA 기술을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 첫 번째이고요. 어제 리사 수 CEO가 향후 기술이 '소모 전력은 줄이면서, 더 나은 성능을 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GAA가 바로 이 방향이거든요.
우선 TSMC는 현재 '핀펫'(FinFET)이라는 공정을 활용하고 있거든요. 핀펫이란 물고기 지느러미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요. 채널과 게이트, 세 개 면이 맞닿습니다. 접촉 면적이 많아지면 전압도 줄고, 효율도 커집니다. 그런데 GAA는 위아래, 양옆이 모두 맞닿습니다. GAA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 All Around)', 게이트로 둘러싸여 있다는 의미거든요. 접촉 면적이 넓어지면 전압도 줄고 효율도 커진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당연히 핀펫 공정에 비해 여러 성능이 개선될 수 있는 겁니다. 업계에 따르면 5나노 핀펫에 비해 3나노 GAA의 성능은 30% 높고, 전력 소모량은 50%가량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정 기자, 그런데 TSMC가 파운드리 분야에선 점유율 1위잖아요? 기술력도 앞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왜 핀펫 공정을 채택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TSMC는 이미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수율을 기록하며, 점유율도 탄탄하거든요. 공정을 바꾸면 초기 수율을 잡는 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모험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GAA를 적용한 3나노 양산에 돌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1위 TSMC를 따라잡기 위한 조커 카드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TSMC가 핀펫만 고집하고 있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당연히 기술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있고요. 현지 매체에 따르면 TSMC도 GAA 2나노 파일럿 제품의 생산을 완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내년 GAA 공정을 활용한 2나노 양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리해 보면 당장은 삼성전자가 새로운 공정 방식을 선점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선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들어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계속 벌어져 왔거든요. 현재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사는 퀄컴 정도였습니다. TSMC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 주요 사들을 모두 확보하고 있고요. 여기서 삼성전자가 AMD와 같은 대형사와 협업하게 된다면 레퍼런스, 즉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TSMC에 주문이 쏟아지면서, 정말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거든요. 당장 반도체가 필요한 업체들 입장에선 새로운 곳에 일감을 맡겨야 하는데, 그 대상이 새로운 신뢰를 얻은 삼성전자로 향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업계에선 만약 AMD의 수주를 따내지 못하더라도, 먼저 뛰어든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요.
특히 지난해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DS 부문의 적자만 15조 원이었거든요. 삼성전자가 실적발표에서 파운드리 부문의 두 자릿 수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정 기자, 오늘 소식 한 줄로 정리해 볼까요?
<기자> "한국 언론을 안 믿으세요?"
정호진 기자 auv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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