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특별법 반대 농성 4일째... "지역 희생 강요"

김보성 2024. 5. 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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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특별법)을 둘러싸고 윤석열 정부가 국회 통과를 다짐하고 있지만, 원전 지역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원전 내 수조 저장 포화로 해법을 찾고 있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설치를 포함한 고준위특별법 국회 통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상 29일까지 본회의를 열 수 있는데다, 최 차관의 말처럼 차기 국회에서 다시 특별법 처리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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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서 법안 폐기, 22대 국회 주민의견 수렴 촉구 한목소리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부산지역 환경시민사회단체 주최 기자회견이 28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 김보성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인) 부산은 너무나도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내해왔습니다.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을 관리하고 건설하려면 시민 의견을 제대로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특별법)을 둘러싸고 윤석열 정부가 국회 통과를 다짐하고 있지만, 원전 지역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세종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까지 안 된다는 법은 없다"라며 "(불발 시) 법안을 수정하든지 22대 때 바로 입법안을 협의해 올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8일로 4일째인 천막농성장 맞은편 부산시청 앞에 선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제대로 된 공론화가 중요하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적어도 방사선비상계획구역 30㎞ 내 280만 주민들에게 특별법에 대한 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맞받아쳤다.

원전이 남긴 골칫거리 '핵폐기물' 어쩌나

고준위 폐기물은 원전에서 막대한 열에너지를 방출하고 남은 방사능 덩어리인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를 말한다. 처분 자체가 골칫거리여서 환경단체는 이를 핵쓰레기라고도 부른다. 값싼 전기를 위해 원전을 사용하지만, 일부 핵종은 반감기만 수만 년에 달해 인류가 풀어야 할 최대의 난제 중 하나다.

원전 내 수조 저장 포화로 해법을 찾고 있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설치를 포함한 고준위특별법 국회 통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 상정은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여야 합의 소식에도 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의 문턱을 아직 넘지 못했다. 막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등 강대 강 대치 국면이 이어진 탓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부산지역 환경시민사회단체 주최 기자회견이 28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 김보성
 
▲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 부울경에는 10여 기의 원전이 밀집해 있다.
ⓒ 김보성
 
그러나 원전 소재지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상 29일까지 본회의를 열 수 있는데다, 최 차관의 말처럼 차기 국회에서 다시 특별법 처리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시적 임시 저장 강조에도 지역은 이 시설이 영구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160여 개 단체로 구성된 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지난주 농성을 시작하고, 나흘째인 이날 추가로 기자회견을 연 건 이러한 까닭에서다. 21대 국회뿐만 아니라 새롭게 꾸려질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현장에는 이흥만 부산환경운동연합 고문, 구수경 인본사회연구소 대표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부산을 끼고 있는 원전만 10여 기에 달한다는 문제점을 짚은 참석자들은 "졸속으로 강행하려던 특별법을 폐기하고, 22대 국회에선 주민투표 등 원전 소재지 의견수렴부터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시에 고리1호기처럼 노후원전인 고리 2·3·4호기의 수명연장을 중단해야 특별법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전제를 달았다.

사회를 본 이경아 부산YWCA 회원정책국장은 "산자부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는 졸속 야합"이라며 "더는 부울경 주민들에게 희생과 고통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21대 국회가 끝나더라도 농성을 이어간다. 이 국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흥만 부산환경운동연합 고문은 "다음 달 18일이 고리1호기를 폐쇄한 날인데 그때까지 농성을 계속한다. 새 국회 역시 그대로 법안을 상정한다면 끝까지 저항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폐기물 임시저장을 둘러싼 여권의 입장은 다소 복잡하다. 핵진흥을 외치는 정부의 기조에 따라 고준위특별법을 처리하려 하면서도 지역 반대 여론에 밀려 엇갈린 법안을 내기도 했다. 영구저장 시설 전까지 임시저장을 금지하거나, 핵폐기물을 원전이 없는 수도권 등 지자체에 인구수로 비례해 나눠 보관하는 내용의 방사성폐기물법 일부개정안이 국민의힘에서 발의돼 현재 계류돼 있다.
 
 28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 범시민운동본부의 부산시청 앞 천막농성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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