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책, 저기도 책”…독서행사 진심인 교육청‧지자체 [힙한독서②]

유민지 2024. 5. 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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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책 읽기보다 재미있는 게 많은 세상이 도래하며 매년 '역대 최저치 독서율'이라는 부작용도 따라왔다.

이에 지자체와 교육청이 일상 속에 독서를 스며들게 만드는 정책을 펼치며 책을 가까이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너무 빠르게, 정보가 너무 많이 쏟아지다보니 천천히 시간을 할애해 책을 읽는 활동이 어려워졌다"며 "특히 젊은 층이 정보요약에 대한 강박과 조급함이 보여 독서와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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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웨이브 등 일상 속 독서 환경 조성
도심 광장에 누워서 책보며 힐링
10대 청소년 야외독서 “힙한 유행”
“학생·어른 모두 책읽기 함께했으면”
18일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청계천에서 서울야외도서관 운영을 시작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책 읽기보다 재미있는 게 많은 세상이 도래하며 매년 ‘역대 최저치 독서율’이라는 부작용도 따라왔다. 이에 지자체와 교육청이 일상 속에 독서를 스며들게 만드는 정책을 펼치며 책을 가까이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경희궁 공원에서 ‘온 가족 북웨이브 한마당’ 행사를 지난 25일 개최했다. ‘온 가족 북웨이브 한마당’은 서울시민과 교육공동체 모두에게 독서물결을 일으켜 독서 문화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웨이브(BookWave)’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문화행사였다.

서울의 독서 물결은 곳곳에서 일고 있다. 시교육청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지자체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놨다. 서울시는 18일부터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청계천에 ‘서울야외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빈백과 책바구니 조명 등 책과 자연 속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서울 강북구는 ‘숲속 북카페’ 산수유를, 서초구는 ‘서초책있는거리’를 조성하기도 했다.

책과 가까워지는 문화행사에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도심 속 광장에서 책 읽는 모습만 봐도 ‘힐링’이 된다는 것이다.

경기도 판교 직장인 김모(29)씨는 “판교는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등대라고 불릴 만큼 업무 강도가 높고 도심 풍경도 일률적이다”며 “그런 곳에서 지내니까 ‘광화문 책마당’과 같이 푸릇푸릇한 자연에 누워서 책 읽는 게 힐링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런 행사로 인해 열 명 중 한 명이라도 독서에 관심을 가지고 책 읽는 습관을 들인다면 성공이지 않을까”라며 행사를 계속 이어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18일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청계천에서 서울야외도서관 운영을 시작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10대 청소년은 도서관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즐기는 독서활동을 ‘힙하다’(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멋지다)고 느끼고 있었다. 서울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4)양은 “넓은 광장과 고궁을 배경으로 군중 속에서 책 읽는 사람들을 보니 힙하다”며 “영상과 음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정적인 활동을 하는 게 더 멋있다”고 말했다. 이양은 “책에 집중하다보면 정신력을 향상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러 가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독서 습관 형성 및 독서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한다. 일상 속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준 박모(47)씨는 “유튜브 대신 책 읽자고 말하면 듣는 애들은 없다”며 “자녀가 쉽고 재밌는 숏폼보다 고차원적인 행위인 독서를 가까이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책이 가까이에 있고, 어디서든 책 읽는 사람들이 많으면 아이들 사이에서도, 학급에서도 유행이 되지 않겠느냐”며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책 읽기 문화에 함께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책을 긴 호흡을 읽어가는 문화의 정착은 디지털 시대에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독서활동이 도파민 중독 치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너무 빠르게, 정보가 너무 많이 쏟아지다보니 천천히 시간을 할애해 책을 읽는 활동이 어려워졌다”며 “특히 젊은 층이 정보요약에 대한 강박과 조급함이 보여 독서와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숏폼 등으로 인한 도파민 중독은 더 빨라지고 짧아져야 만족하게 되는데, 결국 충족될 수 없어 지치게 된다”며 “디지털 디톡스 등 아날로그 감성이 유행하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오프라인 독서 문화행사 및 캠페인 등은 긴 호흡으로 책 한권을 읽는 활동”이라며 “우리 사회에 적지만 엄선된 정보로도 살아가는 데 충분한 교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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