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종 노릴 처지는 아니죠…본 대로 칩니다” 반신반의 타자 전향, 일단 출발이 좋다
당겨서, 결대로, 밀어서 모두 안타가 나왔다. 타이밍이 정확했던 홈런까지 터졌다. 타자 전향 후 빠른 속도로 방망이 감각을 되찾고 있다. 일단은 “본 대로만 휘두른다”는 마음가짐이 통하는 모양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22)은 지난 24일 고양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군 홈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6번 지명타자로 나와 6타수 4안타 1홈런 5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18-6 대승을 이끌었다.
배트만 휘두르면 안타와 타점이 된 하루였다. 장재영은 3-0으로 앞선 1회말 무사 1, 2루에서 LG 선발투수 조건희를 상대로 깨끗한 좌전안타를 빼앗았다. 3회에는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7-2 리드를 잡고 있던 4회 1사 1, 2루에서 큼지막한 좌월 3점홈런을 터뜨렸다. 하영진의 시속 135㎞짜리 높은 슬라이더를 정확한 타이밍으로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타자 전향 후 처음으로 그린 아치였다.
확실한 쐐기를 박은 뒤에도 장재영의 배트는 쉽게 식지 않았다. 6회 중전안타를 추가한 뒤 7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8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더해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경기 후 만난 장재영은 “지금은 어떤 구종을 노리고 치는 처지는 아니다. 일단은 직구 타이밍으로 배트를 낸 뒤 변화구가 오면 한 템포를 죽여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운이 좋았다. 홈런 타구의 경우도 변화구가 높게 제구돼 대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덕수고 시절부터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졌던 장재영은 2021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으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다. 신체조건(신장 187㎝·체중 83㎏)이 뛰어나고 발전 가능성이 높아 장차 키움은 물론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1군 무대에선 계속된 제구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에는 팔꿈치 부상까지 겹쳐 진로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고교 시절에도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며 빼어난 장타력을 과시했던 장재영은 결국 포지션 전환을 택했다. 지난 몇 년간의 고민을 끝내고 타자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기로 했다.
최근 타격 연습을 시작한 장재영은 지난 21일 이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군 경기를 통해 비공식 타자 데뷔전을 치렀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이날 첫 번째 안타를 신고하며 동료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 다음날 두산전에선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이날 LG전에서 6타수 4안타 1홈런 맹타를 휘두르며 고교 시절의 감각을 되찾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 숙제도 많다. 타자로 나선 5경기에서 삼진을 10개나 당한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장재영은 “김태완 코치님께서 ‘삼진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다. 타자는 삼진 먹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이 와 닿았다”면서 “지금 당장은 내가 못 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타석에서의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당분간은 적극적으로 투수를 상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로 입단 후 투수로만 뛰었던 장재영의 공식경기 마지막 홈런은 2020년 8월 29일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에서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대전고와의 준결승전에서 나왔다.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이날 경기에서 4회 좌중월 솔로포를 터뜨리는 등 당시 대회에서 투수 겸 타자로 맹활약해 MVP와 홈런왕, 타격왕, 타점왕을 휩쓸었다.
장재영은 “모처럼 손맛을 봤다”며 멋쩍게 웃으면서도 “물론 홈런 하나 쳤다고 만족할 시기는 아니다. 경기가 있는 날이건 아니건 아침부터 저녁까지 타격과 유격수, 중견수 수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제 막 타자로 출발하는 단계인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자세로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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