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우크라 교관 파견 논의…나토 수장 "러 본토 공격 가능해야"

박소영 2024. 5. 2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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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전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서방 각 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파병 가능성을 보였던 프랑스가 장병 훈련을 위한 교관 파견을 검토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우크라 파병설' 프랑스, 교관 파견 논의

우크라이나군에 새로 입대한 병사가 지난 17일 수도 키이우에서 훈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프랑스군 교관 파견과 관련해 "현재 이 사안에 대해 프랑스 및 다른 국가들과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이런 결정이 내려졌을 때 관료적 문제를 조율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관련 문서에 대한 내부 작업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을 통해 프랑스군 교관들의 우크라이나 파견을 허용하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과 함께 세바스티앙 르코르뉴 프랑스 국방장관과의 화상 회담에 참여 직후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다만 프랑스 국방부가 해당 사안을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명확한 사실을 밝히는 성명을 발표해 프랑스군 교관 파견이 최종 결정되지는 않은 상황임을 내비쳤다.

프랑스군 교관이 실제로 우크라이나 장병 훈련을 위해 파견된다면, 러시아는 이를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과 연결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는 이날 해당 소식과 함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낼 가능성에 대해 계속 언급했다"면서 "크렘린궁에선 이를 매우 위험한 문제라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공식 사진 작가인 소아지그 드 라 므와소니에가 지난 3월 19일 마크롱 대통령이 체육관에서 권투하는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 두 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프랑스의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불거졌을 때 이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므와소니에 인스타그램 캡처


앞서 지난 2월말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를 진행한 뒤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하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발언하는 등 꾸준히 파병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파병 시 러시아와 나토 간 직접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에 군사적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면서 확전을 원치 않는 나토 회원국인 미국·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은 파병 계획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파병론을 완전히 거두지 않는 이유로 아프리카 동맹국 니제르를 러시아에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니제르는 지난해 7월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이 이끄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해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니제르에서 프랑스 대사관에 불을 지르는 등 반(反)불 시위가 격화돼 프랑스는 병력 1500여명을 철수했다.

그 공백을 러시아가 메우고 있다. 니제르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국방부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농업·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와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나토 수장 "서방 무기로 러 본토 공격 고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이 지난 27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나토 의회연맹 춘계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토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깊이 개입할 여지를 보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7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나토 의회 연맹 춘계 총회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하르키우는 전선과 국경선이 거의 동일하기에 우크라이나에 부과된 제한 규정 일부를 해제하는게 옳은지 여부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있는 군사 목표물을 공격할 수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한 손이 묶여 방어가 매우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4일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도 서방 무기 사용 범위를 우크라이나 영토 안으로 한정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동·남부 전선은 물론 동북부 하르키우에서도 러시아의 공세에 밀리면서 나왔다. 특히 최근 러시아군은 자국 서남쪽 국경에서 구소련제 재래식 무기 활공폭탄과 무인기(드론) 등을 이용해 하르키우를 공격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현재 러시아군은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영토 진출을 이뤄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우크라이나 지원 사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러시아 본토를 직접 타격하는 데는 사용하지 말라는 조건을 달았다.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서방과 러시아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토는 이 갈등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며 "그들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유럽연합(EU)에선 헝가리의 몽니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용 기금인 유럽평화기금(EPF) 집행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7개국 외교장관회의가 끝난 뒤 현재 우크라이나 지원금 관련 7가지 법적 서류가 헝가리의 거부로 최종 승인되지 못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EU 내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국가인 헝가리는 러시아 침공 초기부터 평화 협상을 주장하고,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줄곧 어깃장을 놓고 있다. 헝가리 반대로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금 약 65억 유로(약 9조6000억원)가 묶인 것으로 추산된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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