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병원 좀 가봐라" 발언 유튜버 모욕죄 무죄 취지 파기환송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던 중 실랑이가 붙은 다른 유튜버에게 "병원 좀 가봐라. 상담 좀 받아 봐야겠다"고 발언한 유튜버에게 모욕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 만한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그럼에도 이 사건 발언이 형법 제311조의 모욕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대박뉴스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유튜버 A씨는 2022년 3월 23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노상에서 유튜버 방송을 하던 중 반대편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던 B씨(여)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져겼다.
두 사람은 정치적 성향이 서로 달라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당시 A씨가 방송을 진행하던 중 근처에 있던 B씨가 훼방하는 발언을 해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A씨는 B씨에게 "B, 니 보고 하는 이야기 아니니 입 다물어라. 경찰관계자 분도 보고 계시겠지만 저 여자가 정상적인 여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B씨가 "입 다물어라? 정상이 아닌 것은 니다"라고 말하자 A씨는 "병원 좀 가봐라. 상담 좀 받아 봐야겠다. 상당히 심각하다. B. 저기 B는 C(정치인)를 빨던 여자입니다"라고 말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모욕죄 유죄를 인정,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하며 "B씨를 모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라며 "당시 발언은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표현을 계속 반복하는 B씨가 걱정돼서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심리치료사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구독자 3만명가량을 보유한 유튜버인 피고인이 다수의 사람이 모여 있는 박 전 대통령 사저 앞 노상에서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하던 중 반대편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던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저게 정상이가 병원 좀 가봐라. 상담 좀 받아봐야겠다. 상당히 심각하다'라고 말한 행위는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해 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사는 2심에서 공소사실 중 "저기 B는 C(정치인)를 빨던 여자입니다"라는 부분을 제외하는 공소장변경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 공소사실이 바뀜에 따라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다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앞선 1심과 2심 재판부와 달리 A씨가 당시 한 발언이 모욕죄 성립을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먼저 재판부는 모욕죄 성립 요건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원용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5년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여기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어떠한 표현이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어떠한 표현을 듣고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춰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당시 대법원은 "어떠한 표현이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재판부는 A씨의 행위에 대해 "이 사건 발언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두 노상에서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정치적 성향을 달리해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피고인이 방송을 진행하던 중 근처에 있던 피해자가 훼방하는 발언을 해 실랑이를 벌이다가 피해자에게 공소사실과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라며 "이러한 사실관계와 함께 기록에 의해 인정되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이 발언을 하게 된 경위, 전체적 맥락 안에서 발언의 의미와 정도, 발언 전후의 정황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춰 살펴보면,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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