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냐" "병원 가봐라" 모욕죄일까…법원 판결 갈렸다
“정상이 아니다” “병원 가봐라”라는 발언은 모욕죄가 될까. 1·2심 판사들은 그렇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아니라고 봤다.
유튜버 A씨는 지난 2022년 3월 대구광역시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노상에서 방송하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A씨와 정치적 성향이 달라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B씨가 마찬가지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이때 B씨가 훼방하는 발언을 해 실랑이가 벌어졌다.
“OOO이(B씨 이름), 니 보고 하는 이야기 아니니 입 다물어라. 경찰분들도 보고 계시겠지만, 저 여자가 정상적인 여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A씨의 이런 말에 B씨는 “입 다물어라? 정상이 아닌 것은 니다”라며 발끈했고, A씨는 이번엔 “병원 좀 가봐라. 상담 좀 받아봐야겠다. 상당히 심각하다, OOO”라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모욕죄를 저질렀다 보고 약식 벌금형으로 기소했다. 심각한 사건은 아니니 재판 없이 벌금만 내고 끝내면 된다고 본 것인데, A씨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는 “우리공화당 대표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B씨가 걱정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심리치료사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한 것”이지 모욕적 표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선고된 1심과 지난 1월 선고된 2심은 모두 모욕적 표현이라고 인정했다. 두 차례 모두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대구지법은 “A씨가 이런 말을 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긴 하지만 구독자 3만명가량을 보유한 유튜버인 피고인이 사람 많은 곳에서 B씨에게 이런 말을 한 것은 직접B씨를 특정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9일 A씨에게 모욕죄 유죄를 인정한 대구지법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선고를 다시 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관계, A씨가 발언을 하게 된 경위, 전체적 맥락 안에서 발언의 의미와 정도, 발언 전후 정황 등에 비춰보면 A씨의 발언이 B씨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간 모욕죄의 처벌 범위를 넓히려는 검찰과 하급심 법원의 시도에 경계를 그어왔다. A씨의 발언 같은 말들이 무례하지 않다거나 저속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형사 처벌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단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OOO는 야비한 사람인 것 같다(사업소장이 직원들에게)” “이따위로 일할래, 나이 처먹은 게 무슨 자랑이냐(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감사가 관리소장에게)” “아이 씨발! (택시 기사와 시비가 붙은 승객이 경찰관에게)”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모욕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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