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브로커 끼고 허위수술로 12억 챙긴 의사…펜타닐·프로포폴 투약까지

이영근 2024. 5. 2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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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창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가짜 환자를 모집해 12억원의 실손 보험금을 타낸 의사와 조폭 브로커 17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직폭력배 브로커가 보험사에 제출한 가짜 환자와 실제 조직폭력배의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조직폭력배 브로커와 공모해 가짜 환자를 동원한 뒤 고액의 실손 보험금을 타낸 성형외과 원장 등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해당 성형외과 원장은 펜타닐·프로포폴 등 마약 투약 상태로 진료를 보거나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총경 김기헌)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총 200회에 걸쳐 약 12억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병원 관계자 및 조직폭력배 브로커 등 174명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혐의로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중 병원장 A씨(38)와 상위 브로커 5명은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병원장을 총책으로 브로커, 행정총괄, 간호사, 가짜 환자 등으로 구성됐다. 우선 브로커는 여유증과 다한증 실손 보험이 있는 가짜 환자를 모집했다. 여유증과 다한증의 경우 보험 심사가 쉽다는 점을 노렸다.

이후 병원 관계자는 허위 수술 일정을 잡고, 당일 6시간 동안 수술이 진행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가짜 환자는 허위 진단서와 간호 기록지를 토대로 31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타냈다. 보험수익금은 병원이 50%, 중·상위 브로커 20%, 하위 브로커 10%, 가짜 환자 20%로 각각 나눠 가졌다.

일당은 지능적으로 보험사와 수사 기관의 눈을 속였다. 보험금 청구에 대한 손해사정사의 서류 심사 및 면담을 대비하기 위해 가짜 환자를 상대로 대처법을 만들어 사전 교육을 했다. 브로커 등 조폭은 고의로 가슴 부위에 상처를 내거나 타인의 수술 전·후 사진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곳에서 단기간 너무 많은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의 금융감독원 신고로 범행이 탄로 났다.

경찰이 텔레그램에서 확보한 병원장 A씨(38)가 주사기를 든 채 마약에 취해 있는 영상 일부. 서울경찰청 제공


A씨가 범행에 착수한 계기는 경영난인 것으로 파악됐다. 30억원대 대출 등 경영난에 시달리던 A씨는 지인에게서 조폭 출신 브로커를 소개받아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이 모집한 가짜 환자는 주로 20·30대 지인이었다. 신분 및 직업은 가족, 연인, 부부, 조폭, 간호사, 보험설계사, 유흥업소 종사자 등으로 다양했다.

A씨와 병원 소속 의사 B씨는 허위 수술로 남은 마약류를 상습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되기도 했다. 이들은 프로포폴과 펜타닐을 투약한 상태로 진료를 보거나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프로포폴 패키지 상품을 판매할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 사기는 개인 일탈을 넘어 병원과 전문 브로커 등이 개입해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경찰은 첩보 수집 및 단속을 통해 보험사기 범죄 척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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