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닿으면 피부 발진, 고름... 세종보 선착장 문 닫았다"
[김병기 기자]
▲ 김영준 세종보 마리나선착장 사업주 |
ⓒ 김병기 |
충격적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을 벌이면서 처음 세운 세종보가 2012년에 완공된 뒤, 보 직상류 300m 지점의 좌우안에서 마리나선착장을 운영했던 김영준 전 대표(49)의 생생한 증언이다. 먼발치에서 물이 꽉 찬 금강을 감상한 인상비평이 아니었다. 매일 금강에 나가서 물을 만졌던 그의 증언이기에 더욱 신뢰할만했다. 보에 갇힌 '많은 물'을 예찬하는 이들이 더러 있지만, 그 물은 썩었다.
지난 21일,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김 전 대표를 만났다. 간암으로 투병 중이었지만, 말이 어눌하지는 않았다. 눈빛도 살아있었다. 김 전 대표는 세종보가 완공되기 전인 2009년께부터 2016년께까지 같은 자리에서 수상스키 강습을 하면서 선착장을 운영해왔다. 따라서 보가 건설되기 전후의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
우선 그에게 세종보 건설 이전의 금강의 모습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 김영준 세종보 마리나선착장 전 대표 |
ⓒ 김병기 |
김 전 대표는 "물이 너무 맑아서 재첩이 되게 많았고, 쏘가리와 장어도 흔했다"면서 "곳곳에 자연수영장이라고 할 수 있는 모래밭 주변에 많게는 200~300명씩 무리지에 노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고, 외지인들도 와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고 회상했다.
강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이었기에 선착장 사업도 호황을 누렸다. 그는 "하루에 30명씩, 주말이면 50명~70명씩 왔다 갔다 했다"면서 "특히 세종은 조그마한 곳인데 전국체전에서 서울이나 부산, 경기도를 다 이기고 수상스키 금메달리스트가 나온 곳이다. 일반 선수들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상비군들도 와서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수상스키 강습 사업이 잘됐기에 김 전 대표는 투자도 많이 했단다. 당시 1억2000만 원을 주고 산 보트 1척과 8000만 원 상당의 보트 2척 등 총 3척을 운용했다고 전했다.
▲ 2017년 여름, 세종보 상류 마리나 선착장에서 채취한 펄 속에 깔따구가 살아있었다. |
ⓒ 김병기 |
"세종보가 건설된 뒤 금강 좌안 선착장에서 2년 정도 사업을 했습니다. 처음엔 수심이 1.5m 정도여서 배를 띄우는 데 무리가 없었는데, 이곳에서 나올 때는 50cm 정도 됐습니다. 그 펄 속에는 실지렁이들이 바글거렸습니다. 결국 그 뒤에 우안 선착장으로 와서 다시 2년 정도 사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도 마찬가지였어요."
결국 김 전 대표는 마리나 선착장을 놔두고 강 중간 지점에 드럼통으로 만든 임시 선착장을 띄워서 수상스키 강습을 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김종술 시민기자 등과 함께 2013년께부터 매년 금강을 취재하면서 마리나 선착장 현장을 확인한 바 있다. 김 전 대표의 증언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악취가 풍기는 펄이 차올랐고, 2016년께에는 선착장 바닥이 펄 위에 올려져 있었다. 겨울에도 딱딱하게 얼어붙은 펄을 한 삽 뜨면 환경부 지정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바글거렸다.
"나름 수상스키 강습 명소였는데, 수입이 제로였습니다. 배를 띄울 수 없으니, 선수들은 다른 시도로 다 떠났습니다."
펄 이외에도 선수들이 이곳을 떠난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세종보 담수로 인한 수질 악화였다. 그는 "수트를 입었는데도 물에 닿으면 피부에 발진이 생기고 고름이 흘렀다"면서 "강바닥에 쌓인 펄 속에선 붉은 벌레들이 바글바글했고, 강변 쪽으로는 녹조라떼가 말도 못하게 많았다. 예전에는 그냥 옷 벗고 들어가서 수영을 했지만, 그때는 선수들이 물 위에서 쓰러져서 간혹 물을 먹으면 그때마다 구토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김영준 세종보 마리나선착장 전 대표 |
ⓒ 김병기 |
김 전 대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수력발전소 터빈이 안 돌아간다고 하거나, 유압 실린더가 고장이 났다는 등 10여 차례 수리를 하는 것을 직접 목격을 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매일 강변에 나가보는 데, 한 번은 강변에서 고라니 8마리가 죽어있더라고요. 주변을 보니 물고기들도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왜 그런지 알아봤더니 그 때 세종보에 금이 갔었나 봅니다. 신공법이라고 해서 본드(접착제)로 그 틈을 마구 채웠는데, 그 물을 먹고 다 죽었던 겁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저거 고물상 갖다 주려고 만들었냐'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는 선착장 사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김 전 대표는 "지금도 보트 3척이 창고에서 썩고 있는 데 보상도 받지 못했다"면서 "맨 처음에는 화가 나서 병에 걸리기도 했다, 세종보 때문에 죽 쒔다"고 말했다.
▲ 2015년 금강에 창궐했던 녹조 |
ⓒ 정대희 |
인터뷰한 지 20여 분이 지나자 암 투병을 하는 김 전 대표는 다소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냐고 물었다.
"물은 흘러야 합니다. 멈추면 죽어요. 그게 강입니다. 강물을 막으면 그냥 저수지입니다. 그 보는 댐이지요."
인터뷰를 하고, 이틀 뒤에 선착장 사업 당시 사진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물으려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가 받았다. 남편은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고 했다. 병명은 간암과 간경화.
"남편이 혼수상태로 위급한 상태였는데, 어찌 이럴 수가 있나요?"
그간 치료를 받았던 세종의 한 병원이 거부해서 119구급대원들이 다른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남편은 사업에 실패한 뒤 많이 힘들어했다고 했다. 심한 스트레스와 음주 등도 그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렵사리 그의 전화를 끊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막연한 의구심 하나.
'녹조는 간에 치명적인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을 품고 있고, 에어로졸 형태로도 전파가 되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는데, 매일같이 녹조라떼의 강에 나갔던 그의 몸에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을까?'
물을 가두면 강만 망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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