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세요"라더니... 끝내 눈물 터진 파바 지회장

박소희 2024. 5. 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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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대표도, 신임 대표도 울컥한 정의당 이·취임식... 권영국 "원내정당 관성, 모두 버릴 것"

[박소희, 남소연 기자]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7·8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참석자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앞에서 계속 우시니까... 울지 마세요."

28일 오전 국회 본청 223호, 정의당 7·8기 대표단 이·취임식에서 격려사를 하던 임종린 파리바게트 지회장이 말했다. 하지만 그도 금방 "아휴 왜 이러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임 지회장은 사측의 탄압 등으로 힘들던 시기에 "노동운동이라는 커다란 역사의 띠 안에서 나도 존재하면서 조금이라도 띠가 두꺼워질 수 있게, 다른 사람에게도 연결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이란 생각이 들자 절벽 끝에 매달려있던 것 같은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며 "지금 정의당도 비슷하다"고 했다. 

곳곳에서 끊임없이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민주노동당 국회 진출 이후 20년 만에 '원외정당'으로 전락하기 하루 전 열린 행사였다. 이제 하루 뒤면 정의당은 오랫동안 회의, 간담회, 기자회견 등으로 사용했던 223호에서도 명패를 아예 빼야 한다. 사회를 맡은 김수영 선임대변인은 "국회를 오는 동안 마음이 굉장히 복잡했지만 다시 시작하는 정의당의 첫날을 기쁜 마음으로 힘차게 열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외빈 발언이 이어질수록 그의 코끝도 빨개졌다. 

이태원 참사 유족, 전세사기 피해자... "그래도 정의당"

'그럼에도 정의당'이라는 격려가 이어졌다.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정의당은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우리한테 손 내밀어줬던 정당"이라며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 그래도 정치인들이 곁에 함께 있어 주는구나' 하는 걸 느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쉽게도 22대에 정의당이 원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됐지만 끝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은 정의당이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총선 직전 가입했던 안상미 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도 "저는 정치를 몰랐다. 지방에서 지역구 찍는 게 다였던 사람"이라며 "피해자가 되어서 들어와 보니까 '아 정의당이 정말 있어야 되는구나'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그는 "현재 열악하고 어려운 것들이 많지만, 사람은 희망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며 "모든 사람이 정의당에 품는 희망이 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이랬지만, 그 희망은 아마 가슴 속에 다 가지고 있을 텐데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이태성 발전노조 전체대표자회의 간사는 "2016년 12월 28일 저와 아내, 그리고 발전소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100명이 노회찬·이정미 의원과 함께 정의당 당원이 됐다"며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정말 정의당과 엄청난 투쟁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누구도 통과될 거라 생각하지 못한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도 통과되게 저희가 싸웠다"며 "정의당이 이제 다시 민생의 한복판으로 가려 한다. 발전소노동자들도 그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김준우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7·8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권영국 신임 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 남소연
 
6개월 전 '응원석'에서 '구원투수'로 내려왔던 김준우 전 대표는 "정의당의 몰락이라고까지 하는 비평에 가슴 아프지만, 주어진 현실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러나 여전히 정의당을 필요로 하는 지역과 현장이 너무나 많다"며 "비록 창당 12년 만에 원외정당이 됐지만 정의당을 지켜준 60만 9000명의 유권자들로부터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시민분들의 애정 어린 질책과 사려 깊은 비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비록 오늘 저는 한 명의 평당원으로 돌아가지만,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저는..."

김 전 대표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223호를 채운 50여 명의 관계자들은 박수로 그를 응원했다. 김 전 대표는 "저는 아직...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진보정당의 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당당히 함께 나아가자"며 힘겹게 이임사를 끝맺었다.

권영국 "가위도 눌렸지만... 이제 정면으로 마주서겠다"

전날 최종 당선된 권영국 신임 대표는 "저는 울지 않겠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미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그는 총선 당시 "모두가 (정의당을) 외면하고 있었다. 지금도 언론에 정의당 기사가 올라가면 비난하는 댓글이 도배하고 있다"며 "굉장히 무거웠다. 두려웠다. 제가 이 험난한 진보정치, 정의당의 앞길을 과연 헤쳐나갈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닻은 올랐고, 배는 출발하기 시작했다"며 "돌아보면 지는 거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했다.

"어제 가위눌리는 꿈을 꿨다. 허우적거리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마주 서겠다. 솔직히 두렵다. 그러나 원외정당이 된다는 것은 소외되고 존재를 부정당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제대로 살피러 민중 속으로 가라는 또 다른 엄명일지도 모른다. 원내정당에서 길들여졌던 관성을 오늘로써 모두 버리겠다. 이제 우리의 활동은 행사가 아니라 치열한 투쟁이 되어야 한다."

권 대표는 "이 경험 없고 부족한 사람을 선출해 준 것에 대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대표직을) 수락한다"며 "저는 정의당이 존재하는 그 시각까지, 대표를 맡고 있는 동안 사력을 다해 우리가 바라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당'으로, '기후위기와 구조적 차별에 맞서는 당'으로 정의당을 다시 세우는 데에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넣겠다"고 약속했다. 그와 엄정애·문정은 부대표, 나순자 사무총장 등 신임 대표단은 '다시 시작'이 새겨진 노란 깃발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의당 권영국 신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7·8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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