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 거듭하는 연금개혁…간극 못 좁히는 이유는

박진석 2024. 5. 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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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모수개혁 먼저 처리” vs 與 “구조개혁과 함께”
민간단체도 충돌…“공론화 결과 존중” vs “개악안”
KDI, 신연금-구연금 분리…“미래세대 부담 줄여야”
정부 “22대 국회서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뉴시스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국민연금 개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현행 연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시기 등을 두고 여야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28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연금개혁에서 최대 현안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이다. 여야는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 등 수치를 바꾸는 모수개혁과 연금 통합 및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할지, 또 모수개혁만 먼저 처리할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여러 전문가나 사회단체 등 입장차 역시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소득보장론을 주장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공론화 결과인 소득대체율 50%로 연금개혁이 실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안정론을 강조하는 연금연구회는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은 미래세대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혁안을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연금연구회 “소득대체율 인상, 개혁 아닌 개악”

연금연구회는 이날 4차 세미나를 통해 “연금개혁을 명분으로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것은 개혁이 아닌 개악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 특위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소득대체율 44%, 보험료 13% 조합’은 개악안”이라며 “13%가 아닌 21.8%의 보험료를 걷어야만 소득대체율 44%에서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대로 된 개혁이란 말을 붙일 수 있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고 보험료만 12~15%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재정안정조치는 핀란드식의 기대여명계수를 활용해 2033년 이후부터 작동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대여명계수(Life-expectancy coefficient)를 도입하면 평균수명 증가 추이에 맞춰 기존 수급자의 연금 수급액도 자동으로 삭감될 수가 있기 때문에 연금개혁에 따른 세대 간 고통 분담이 가능하다는 이유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뉴시스

연금개혁, 잘못된 환상에서 깨어나야

박명호 홍익대 교수는 “국민연금만으로 문화생활을 즐기며, 품위 있게 노후생활을 준비할 수 있다는 환상과 국가재정이 국민연금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저부담-고급여라는 기형적 구조로 인해 급여의 결정요인 중 하나인 가입자의 소득 상한을 매우 낮게 설정해 놓았, 평균 가입 기간도 20년이 안 될 정도로 짧다”며 “국민연금은 노후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인식하고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노후생활을 위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통해 노후대비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위 소득보장파라는 그룹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지출의 GDP 대비 비율이 2060년 12% 정도로 현재 선진국 수준이기에 우리나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면서 “정부의 장기재정전망은 2060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D1)이 현재와 같은 재정씀씀이가 계속된다면 228%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코 국가재정은 국민연금 재정의 구원투수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완전적립식 ‘신(新)연금’ 분리방안 논의해야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기존세대가 낸 것보다 더 받아 가는 것에 대해 미래세대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적립식 ‘신연금’ 분리방안을 향후 모수개혁 논의에서 우선 전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립기금 고갈 이후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로는 미래세대의 보험료로 기존세대의 연금을 지급하는 재정방식인 부과식으로 전환될 경우 미래세대의 부담이 과대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금개혁과 무관하게 이미 발생해 있는 구연금의 재정부족분은 빠른 속도로 재정투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신구연금을 분리해야만 구연금의 재정부족분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2080년경에는 구연금의 재정투입의 종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낸 만큼 받는 연금제도’ 전환 필요

박순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대표이사는 “국민연금제도는 미래세대를 위해 선진국들에서 선택한 ‘낸 만큼 받는 연금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전환이행기의 수급자들의 노후 생활보장을 위해 세대 간 분배 중립적이지만 세대 내에서는 재분배 구조를 장치하여 현 제도의 분배상태를 가능한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특별연금보

충제도’를 일시적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택연금 제도도 강화해야 한다”며 “주택연금의 상한가격 12억원을 폐지하고 고가주택의 부분 가입도 가능케 해 이자 부담을 복리에서 단리로 전환 혹은 선택하도록 하고 자손들에의 상속문제를 줄이기 위해 연금화된 주택의 상속세를 크게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시민의 선택을 존중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연금행동“ 공론화 결과 존중해야”

연금행동은 최근 성명을 통해 “여당과 정부는 공론화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한 초심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하자고 해서 추진한 공론화에서 자기들이 논의해야 한다고 해서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의 대안들이 다 들어가서 공론화했고 거기서 시민대표단이 내린 결론이 다 있는데 이제 와서 구조개혁 논의가 안 됐다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방안도 없으면서 구조개혁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고 개혁을 방해하는 반(反)개혁행태일 뿐”이라며 “여당과 정부는 공론화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한 초심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연금개혁, 22대 국회서 충분히 논의해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연금개혁을 두고 “22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거쳐서 연금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엔 분명 어려움이 있겠지만 모수개혁만으로는 안된다”며 “모수개혁을 하더라도 보험료율 인상 속도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아울러 “연금개혁은 70년을 내다봐야 하는 이슈이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 등을 포함해 신중한 결론 내야 한다”며 “연금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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