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꼬마물떼새의 지극한 새끼 사랑

정수근 2024. 5. 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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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자연화로 모래톱 늘어나자 생명 돌아와... 낙동강 보 하루빨리 열어야

[정수근 기자]

  
 낙동강과 감천이 만나는 곳에 형성된 거대한 삼각주. 이곳에 '꼬마'들이 집단 산란중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송강호 하면 능청 연기의 대명사다. 특히 송강호의 이름을 대대적으로 알린 영화 <넘버3>에서 송강호가 선보인 연기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능청스러운 연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는 그의 연기는 주목을 끌었고 그는 이후 스타덤에 올라 온갖 영화에 출연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송강호를 만든 영화가 <넘버3>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지난 27일 그 송강호의 능청 연기 못지않은 연기를 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꼬마 녀석이다. 그것도 낙동강 모래벌판에서. 바로 꼬마물떼새이다. 낙동강과 감천이 만나는 곳은 거대한 삼각주가 형성돼 있다.

송강호 못지않은 능청 연기를 하는 '꼬마'

거대한 모래 삼각주가 발달해 있고, 이곳은 각종 물새들의 산란처가 된 지 오래다. 4월에서 6월 사이 이곳 모래톱엔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 그리고 깝짝도요와 삑삑도요 최근에 쇠제비갈매기까지 산란을 하고 있다.
 
 멀리서 경고음을 발산하고 있는 꼬마물떼새 어미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자갈색과 비슷한 보호색을 띠고 있는 꼬마물떼새의 알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넓은 모래톱 곳곳에 이들의 산란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알집을 통해서 말이다. 물론 보호색을 띠는 알들이라 발견하기가 쉽지는 않다. 오랫동안 관찰해 온 이들은 쉽게 발견하지만 처음 물새알을 접하는 이들은 자갈 속에 숨어있는 물새알들을 발견하기가 여간 쉽지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이 시기 모래톱에 들어가는 것을 삼가야 한다. 행여나 알집을 밟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은 고사하고 4륜 구동차가 들어온 흔적들이 있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곳에까지 차를 몰고 들어오는 것은 생태 무지의 지나친 탐욕의 결과이니 말이다.

곳곳이 이런 물떼새들의 산란터라서 이곳에 들어서면 첫째 물떼새 특유의 경고음을 들을 수 있다. '삑삑삑' 하는 고음의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지라 마치 합창이라도 하는 듯하다. 경고음을 뚫고 알집에 더 가까이 다가가면 그때부터 '꼬마'의 연기가 시작된다.
 
 마치 자신이 다친 듯이 유인 행동을 통해 새끼들을 보호하려는 꼬마물떼새 어미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마치 자신이 다친 듯이 해서 새끼에게로 향하는 천적의 발걸음을 자신에게 돌리려는 꼬마물떼새 어미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른바 유인 행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람을 천적으로 인식하고 알집 대신에 자신에게로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마치 자신이 다친 듯이 그래서 도망을 갈 수 없는 듯이 날개를 꺾고 절뚝거리는 행보를 한다. 알 대신에 "나를 잡아가라" 하는 행동인 것이다.

알집을 지키기 위한 모성 본능의 발로다. 부성인지도 모르겠다. 암수가 번갈아가면서 유인 행동을 하는데 그 모습이 참 눈물겹다 못해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새끼를 지키려는 지극한 본능의 연기의 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새끼들을 지키기 위한 모성의 발로

그 모습을 통해서 부모된 자의 도리가 어떠 해야 하는지를 새삼 느끼게도 된다. 새끼를, 자식을 지키고 잘 키우려는 부모의 의무 같은 것을 깨닫게도 되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곳곳엔 부화한 새끼들이 납작 엎드려 있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미동도 않고 바짝 엎드려 있는 꼬마물떼새 새끼들. 갓 부화한 녀석들이 천적으로부터 몸을 숨기기 위해 바짝 엎드려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갓 부화한 새끼들은 알집에 바짝 엎드려 미동도 않고 숨죽이고 숨어 있다. 등짝이 완전 자갈 색이라 여간 눈여겨보지 않으면 쉽게 발견할 수도 없는 곳에 꼭꼭 숨어 있는 꼬마의 새끼들. 그들의 놀라운 생존 본능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 옆에 쇠제비갈매기 한 마리가 알을 품고 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쌍안경으로 보고 망원 카메라로 담아본다. 삶을 이어가려는 목숨붙이들의 이 놀라운 생존 본능을 보면 우리가 어떠한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할지를 또한 깨닫게 된다.

그 삶의 질서를 오래도록 흩뜨릴 수는 없으니 얼른 자리를 뜨는 것이 순서다. 망원 카메라로 멀리서 녀석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담고는 얼른 자리를 떴다. 자리를 떠서 돌아가는 데도 계속해서 주변을 맴돌며 경고음을 보내는 꼬마 무리들.
 
 알을 품고 있는 꼬마물떼새 어미.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알을 품고 있는 쇠제비갈매기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들의 여러 번 경고장을 안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간다. 모래톱은 사실 아무것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이처럼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다. 물새들만이 아니다. 자라도 이곳에 알을 낳고, 참길앞잡이 같은 여러 곤충도 모래톱에서 살아간다. 이들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새들 또한 사는 것이고 말이다. 거대한 생명의 인드라망이 이곳 모래톱에서도 펼쳐지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모래톱에도 생성의 비밀이 있다. 사실 이곳은 4대강사업을 하면서 6미터 깊이로 모래를 다 파낸 곳이다. 바로 구미보 직하류로 위로 직선으로 가면 구미보의 수문과 만나는 위치다.

재자연화로 모래톱 더 늘어나야

그러니까 4대강사업 당시는 20여 킬로미터 아래 칠곡보에 강물을 가두게 되니 이곳의 수위는 최소 6미터였다. 모래는 한톨도 없이 물만 가득한 그런 호수와 같은 공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 감천으로부터 계속해서 모래가 유입된 것이다.
 
 구미보 바로 아래 모래가 이렇게 쌓였다. 감천으로부터 모래가 대거 유입된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역행침식이라고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 바닥을 깊이 파놓으니 감천 바닥과 낙동강 바닥의 단차가 생기면서 낮은 낙동강 쪽으로 물과 모래가 쏠려 들어오면서 감천 쪽에 침식이 발생하게 되고 그러면서 감천의 모래가 낙동강 합수부 쪽으로 더 쏠려 들어오게 된 것이다.

홍수와 같은 큰물이 질 때마다 상당한 양의 모래가 낙동강으로 쏠려 들어오면서 지금처럼 거대한 삼각주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인간이 4대강사업으로 강을 통제했지만 자연은 그것을 여지없이 무너트리고 원래 모습으로 회복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일러 재자연화라 한다. 지금 낙동강과 지천이 만나는 곳으로 자연이 알아서 재자연화를 시키고 있다. 따라서 그런 곳을 중심으로 예전 낙동강의 모습을 회복하면서 생물들도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꼬마물떼새 어미와 갓 태어난 새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물떼새와 쇠제비갈매기가 돌아온 것도 모래톱이 돌아온 이런 서식 환경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낙동강 전 구간에서 재현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저 낙동강 보의 수문을 하루빨리 열어야 한다.

심각한 녹조의 번성을 막기 위해서도 서둘러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인간도 살고 뭇 생명들도 더불어 살 수 있다.

환경부는 도대체 무얼 하는 기관인가? 인간의 안전을 도모하고 뭇 생명들의,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을 보호하고 보전해야 하는 기관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들 멸종위기종들이 안전하게 살게 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낙동강 보 수문을 여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환경부의 각성을 촉구해보면서 이 글을 마친다.
 
 갓 태어난 새끼들이모래톱 위에 숨죽이며 바짝 엎드려 있다. 생존 본능이다. 이들의 지키기 위해서라도 낙동강 보의 수문을 하루빨리 열어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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