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의 달인' 하이브에 '눈총' [백브리핑]
[한국경제TV 박승완 기자]
<앵커>
지난주 에코프로머티리얼스에 이어서 또 하나의 블록딜 소식이 나왔습니다. 하이브가 보유 중인 에스엠 지분을 판다고요?
<기자>
IB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어제 장이 끝난 뒤 에스엠 지분 블록딜을 위한 수요예측에 들어갔습니다. 매각 주관사 삼성증권을 통해서인데요. 전체 75만 주 정도 되는 물량을 정리할 계획으로 전해집니다. 전 거래일(27일) 에스엠이 9만 5,8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최고 5.5% 할인이 적용, 9만 원 초반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한 달 에스엠 주가는 엔터주 가운데 독보적인 상승률을 그렸는데요. 가격이 워낙 빠지기도 했었고, 중국의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더해 상대적으로 유통 주식 수가 적어서 빠른 반등이 가능했습니다. 에스엠 경영권을 가져오지 않기로 한 하이브 입장에서는 구태여 주식을 들고 있을 필요 없이 주가가 올랐을 때 처분해야겠다고 본 거죠. 에스엠 주주들 사이에서는 '주가 올려놓고는 블록딜', 하이브가 '에스엠 오르는 게 배 아팠냐', '에스파를 못 밟으니, 주가를 밟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앵커>
지난해 하이브는 에스엠 인수를 두고 카카오와 지분 경쟁을 했었죠. 이수만 씨로부터 받은 주식도 있고요. 차익은 좀 챙겼습니까?
<기자>
하이브는 지난 2023년 2월 당시 에스엠의 전 최대 주주인 이수만 설립자에게서 에스엠 주식 352만여 주를 주당 12만 원, 총 4,558억 원에 사들였습니다. 추가로 주당 12만 원씩 공개 매수를 해서 281억 원을 들여 23만여 주를 추가로 챙겼고요. 하지만 경영권 인수전에 뛰어든 카카오가 에스엠 주식을 15만 원에 공개매수하기로 하자 상황이 급변했죠. 당시 하이브는 이렇게까지 에스엠 인수를 추진하면 시장 과열을 더욱 부추길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 부정적이라며 인수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실제로 하이브는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총 166만 주를 청약해 2,49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회수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3월 이수만 설립자가 에스엠 주식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87만 주를 주당 12만 원에 1,040억 원을 들여 추가로 가져왔습니다. 그간 하이브가 쓴 돈에서 카카오에 주식을 넘기며 받은 금액을 빼면 3천억 원을 살짝 웃도는데요. 이번 블록딜 물량과 가격 하단을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하이브가 챙길 금액은 68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이번 거래를 제외하고도 2천 억 넘는 금액을 받아야 본전이군요. 결국 추가 블록딜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네요?
<기자>
1분기 말 기준 하이브가 들고 있는 에스엠 주식은 300만 주에 육박합니다. 어제 에스엠 종가 기준으로 따져본 지분가치는 2,840억 원 수준입니다. 이번 블록딜 물량은 반의반 정도인데요. 에스엠 주가에 추이에 따라서 추가 지분 정리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죠.
한 달 전과 비교하면 하이브 주가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입니다. 다만 뉴진스 컴백과 맞물리면서 최근 들어 반등의 기미가 보이는데요. 계속해서 하이브 주식을 팔던 기관과 외국인 최근 3거래일 동시 순매수로 돌아선 거죠. 덕분에 20만 원 선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는데, 장기 흐름의 변화로 이어질지 눈길이 갑니다.
<앵커>
하이브에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도 뇌관이죠.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어도어의 임시주주총회는 오는 31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해임하기 위해 하이브가 소집한 주총인데요. 어도어의 최대 주주 하이브의 지분은 80%, 민 대표와 측근들의 지분은 20%죠. 지분 대결로 가면 패배가 확실한 민 대표 측은 하이브를 상대로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하이브 주주들은 법원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하이브의 손을 들어주면 하이브는 임시주총에서 민 대표를 포함한 이사회 멤버들을 모두 교체할 예정인데요. 뉴진스가 법원에 가처분을 인용해달라는 탄원서를 낸 만큼, 만약 민 대표가 해임되면 뉴진스가 하이브에서 이탈 할 수 있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하이브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인데, 주주들은 당장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더라도 현행 민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하이브와 어도어가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를 바라는 눈치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승완 기자 pswa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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