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절친' 페냐도 떠났다...문동주는 한화의 '기세'를 지킬 수 있을까
차승윤 2024. 5. 28. 09:35
떠난 이는 떠났어도, 남은 이는 버텨야 한다. 한화 이글스가 사령탑 없이 지난주 상승세 지키기에 나선다. 선봉에 선 건 이제 막 밸런스를 되찾은 문동주(21)의 몫이다.
한화는 지난 27일 최원호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최 감독의 빈자리는 일단 정경배 수석코치가 대신한다. 구단은 조속히 후보자를 찾아 새 감독 선임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성적이 부진한 팀에서 감독이 물러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문제는 한화가 팀 순위는 낮아도 최근 성적이 준수했단 점이다. 하필 한화가 막 상승세를 타던 시점이다. 한화는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6경기에서 5승 1패를 수확했다. 지난 3월을 마지막으로 없던 2연속 위닝 시리즈를 거뒀다. 이제야 기세를 탄다고 믿던 시점에서 충격적인 발표가 구단을 덮쳤다.
한화는 지난해도 상승세를 타던 도중 감독이 바뀌었다. 당시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이 정확히 5승 1패를 기록하다 경질 당했다. 최원호 감독이 바로 바통을 받았지만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기세를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한화는 그주 주말 인천 SSG 랜더스와 3연전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하더니 롯데 자이언츠와 주중 2승 1패, 그 다음 LG 트윈스와 주말 1무 2패에 그쳤다.
문동주는 당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던 중이었다. 감독이 바뀌기 전까지 2승 2패 평균자책점 2.28로 활약했다. KBO리그 국내 투수 최고 구속 기록을 경신하는 등 시즌 초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령탑이 바뀐 후 일시적으로 부진했다. 그해 5월 13일 SSG전에서 2와 3분의 1이닝 7실점을 기록하는 등 3경기 연속 흔들렸다. 일시적 투구 밸런스 불안 문제였다. 선수단을 재정비했어야 할 한화로서는 뼈아픈 부진이었다.
프로 데뷔 3년 차. 문동주는 벌써 두 번의 시즌 중 감독 교체를 겪게 됐다. 최 감독은 떠났지만, 그래도 마운드에 서야 한다. 다만 성적은 지난해와 정반대다. 시즌 초 밸런스 난조를 겪은 문동주는 지난달 28일 패전 투수가 된 후 2군으로 내려갔다가 21일 LG전에야 복귀했다. 말소 전 평균자책점이 8.78에 달했다.
성적은 낮다. 하지만 28일 대전 롯데전에 등판하는 문동주의 어깨는 지난해보다 더 무겁다. 감독 사퇴 후 첫 경기이고, 1년이 지난 지금 문동주의 앞엔 '신인왕'이라는 타이틀이 달려서다. 가을야구 기대치가 크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대형 투자가 더해지고 시즌 초 1위도 올라 본 올해는 주위 기대치도 크다.
선발진에서 문동주의 비중도 크다. 한화는 27일 최원호 감독의 사퇴 후 곧바로 펠릭스 페냐의 웨이버 공시도 발표했다. 2022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화를 찾은 페냐는 올해로 3년 차를 맞았으나 부진 끝에 결국 팀을 떠났다. 영어 회화에 능한 문동주와 평소 절친했던 페냐는 프로 선배로 그에게 많은 걸 알려주던 '형'이었다.
그런 페냐가 떠난 상황에서 팀이 의지할 수 있는 선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 역시 팔꿈치 통증으로 말소된 상태다. 류현진과 문동주 외 선발 투수는 황준서, 조동욱 등 1년 차 선수들뿐이다.
복귀전 내용이 좋았던 건 한화와 문동주가 믿어 볼 구석이다. 문동주는 21일 LG전을 5이닝 무실점으로 마치고 시즌 2승을 수확한 바 있다. 당시 문동주는 말소되기 전과 달리 준수한 제구력으로 LG 타선을 압도했다. 공격적으로 초구를 던진 카운트 전략이 통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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