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어 하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질 때

우연주 2024. 5. 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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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를 읽고

[우연주 기자]

“줄곧 내 인생이 싫었어요. 괴로운 일만 생겨서 왜 나는 이런 일을 당해야만 하는 걸까 원망했고요. 평생 내 인생을 저주하며 살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런 인생이 아니었다면 아이바 씨와 만나지 못했을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서부터는 내 인생이 좋아졌어요.”     

죽고 싶어 하는 소녀와 죽고 싶어 하던 소년이 서로를 살리는 구원의 관계가 되는 판타지 로맨스,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일본 제8회 인터넷소설 대상 수상작이다.
 
▲ 책 표지 책 표지
ⓒ 출판사 모모
 
제목에 끌려 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죽고 싶어 하던 심정에 공감이 가 마음이 아프더니 후반부로 갈수록 둘의 연애 스토리와 사랑의 감정에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대사가 너무나 따스하고 아름답다. 지금도 종종 나의 무가치함에 절망감을 느낄 때 한 마디 한 마디가 위로가 되어준다.   
  
그녀의 말에 가까스로 내 인생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과거에도 확실한 의미가 있었던 거야. 무엇보다 내 인생에 의미를 준 것은 눈앞에 있는 그녀다. “이치노세,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우리의 사랑은 공의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서로 의존하는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뭐가 나쁘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

죽고 싶어 하고 실제로 자살을 실행해 옮기던 소녀는 또 다른 죽고 싶어 하던 소년에 의해 목숨을 구한다. 소년은 사신에게 목숨을 판 대가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은시계를 얻어 매번 소녀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에게 삶의 의미가 되어가고 조금씩 살고자 하는 의지가 샘솟지만 이미 소년은 사신에게 은시계와 목숨을 거래한 상황. 과연 어떻게 될까?   
  
소녀는 자살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지만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고 가정에서는 기댈 곳이 없는 고립된 처지이다. 소년 또한(어느새 청년이 되는) 자신의 인생은 레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며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자살을 결심한다.
그런 그들이 함께 영화관, 오락실, 수족관, 수영장, 축제 등 여기저기 데이트하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아무리 삶이 절망적이고 괴로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혼자있는 시간이 좋았다. 그렇다고 고독을 원한 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을 좋아하지 못해서 고독해진 것뿐이다. 고독은 쓸쓸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있어봤자 비참한 생각만 들뿐이니까. 그래서 그들과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었다.”     

이렇게 혼자 시간을 보내던 둘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쓰키미, 사랑해.” 나는 그녀를 외톨이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이 말을 선사한다.
“나도 많이 좋아해요.” 목적지도 없이 그저 모래사장을 걸어간다. 이 낯간지러운 행복에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 지금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옆에 그녀가 있어 주는 동안은 나도 이렇게 계속 걸어가리라.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도 계속, 죽고 싶어 하는 소녀의 자살을 방해하고 함께 놀러 다닐 것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인생이 이대로 끝나버렸으면 하던 순간에 죽고 싶어 하는 한 여성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자신도 너무 힘든 처지였기에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했고 그게 내내 후회가 돼 소설을 써서 위로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대상을 받게 되고 구사일생으로 구원받은 자신의 삶을 좀 더 믿어보자고 했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는 누군가를 살리겠다는 집념과 의지, 그리고 조금씩 스며든 사랑의 감정이 삶의 구원이 되었고 작가 또한 죽고 싶어 하던 누군가를 위해서 쓰던 소설이 인생의 구원이 되었다.

소설의 마지막 대사에서 소년은 소녀의 죽음을 계속 방해할 거라고 다짐하는데, 어떨 때는 정말 살아서 무엇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누군가가 내 죽음을 방해한다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다 해도 많은 독자가 이 소설을 읽고 위로를 받고 살아갈 의미를 되찾은 것처럼 조금씩 노력해 봐야겠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힘이 되어주고자 하고 진심으로 사랑을 베푸니깐. 아무리 차갑고 어둡고 냉소적인 세상일지라도 어디선가는 따스한 온기를 지닌 촛불이 빛을 내고 있다고 믿어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865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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