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수 교체러시 속 타자들은 '이상무'
[양형석 기자]
SSG랜더스는 지난 4월 27일 6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12.71로 부진한 외국인투수 로버트 더거를 퇴출하고 대체 외국인투수 드류 앤더슨을 영입했다. SSG는 새 외국인투수 앤더슨마저 3경기에서 1패6.30으로 아직 KBO리그 데뷔 첫 승을 올리지 못했는데 또 한 명의 외국인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마저 내복사근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이에 SSG는 올해 신설된 단기대체 외국인선수 제도를 활용해 일본인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를 영입했다.
27일 최원호 감독이 사임한 한화 이글스 역시 같은 날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와 결별을 선택했다. 작년 11승11패3.60의 준수한 성적을 올린 후 총액 105만 달러에 한화와 재계약한 페냐는 올 시즌 9경기에서 3승5패6.27로 부진했다. 이 밖에 나란히 5점대 평균자책점에 머물러 있는 LG 트윈스의 외국인 듀오 케이시 켈리와 디트릭 엔스, 한 달 만의 복귀전에서 3.1이닝5실점으로 뭇매를 맞은 두산 베어스의 라울 알칸타라도 '위기'에 놓여있다.
사실 시즌 개막 후 두 달 정도 지나면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한 외국인 선수가 하나, 둘 교체되기 시작하는 것은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연례행사'다. 하지만 투수들 중에서 교체 선수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비해 10개 구단의 외국인 타자들은 아직 한 명도 교체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고 있다. 올해 KBO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10명의 외국인 타자들이 모두 제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페라자-레이예스, 하위권 팀들의 복덩이
27일 하루 동안 감독이 사임하고 외국인 투수가 퇴출되는 악재가 있었지만 한화팬들은 외국인타자 요나단 페라자만 떠올리면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시카고 컵스의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했던 페라자는 작년까지 한 번도 빅리그에 콜업되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트리플A에서 타율 .284 23홈런81타점100득점13도루OPS(출루율+장타율) .922를 기록하했고 11월 한화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1998년생의 젊은 선수로 스프링캠프부터 팀 동료들과 잘 어울렸던 페라자는 시즌 개막 후에도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페라자는 올해 한화가 치른 51경기 중 50경기에 출전해 타율 .313(14위)62안타(공동9위)14홈런(2위)38타점(공동9위)37득점(7위)으로 '강한 2번타자'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화구단과 팬들이 유일하게 걱정하는 부분은 시즌이 끝난 후 페라자가 해외리그로 돌아가는 것 뿐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작년 12월 베네수엘라 출신의 스위치히터 외야수 빅터 레이예스를 총액 90만 달러에 영입했을 때만 해도 팬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작년 50경기에 출전해 단 한 개의 홈런도 때리지 못했던 니코 구드럼의 '악몽'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예스는 올해 50경기에서 타율 .328(9위) 65안타(공동6위) 6홈런40타점(6위)28득점4도루 OPS .865를 기록하면서 롯데의 4번타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작년 타율 .285 16홈런80타점을 기록했던 호세 피렐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삼성 라이온즈는 작년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15홈런50타점을 기록했던 데이비드 맥키넌을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과거 루크 스캇이나 에디슨 러셀 같은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고전한 경우도 많았지만 맥키넌은 47경기에서 타율 .330(7위) 4홈런22타점22득점으로 외국인 타자로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작년 118경기에서 타율 .283 17홈런90타점55득점15도루를 기록했던 제이슨 마틴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작년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19홈런을 기록했던 맷 데이비슨을 영입했다. 데이비슨은 작년 381타석에서 120삼진(삼진율 31.5%)을 당했을 정도로 '공갈포' 기질을 가진 선수였지만 올해 NC에서는 타율 .286 12홈런(공동 4위)36타점31득점 OPS .917로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에레디아-도슨과의 재계약은 '신의 한 수'
새 얼굴들의 활약 만큼이나 KBO리그 경력자들도 성숙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벌써 외국인 투수 2명을 교체(한 명은 임시교체)했을 정도로 외국인투수에 어려움을 겪는 SSG도 외국인 타자는 전혀 걱정이 없다. 27일 현재 타격 2위(.381)와 최다안타 3위(72개), OPS 4위(.971)에 올라있는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있기 때문이다. 에레디아는 작년 KBO수비상을 받았을 정도로 좋은 수비까지 갖추고 있어 SSG에게는 그야말로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작년 57경기에서 타율 .336 3홈런29타점37득점의 알토란 같은 성적을 올린 로니 도슨은 키움 히어로즈와 총액 6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도슨은 올해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10개 구단 외국인타자 중에서 가장 몸값이 적지만 올 시즌 50경기에서 타율 3위(.369)와 최다안타 1위(75안타를 달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일부 야구팬들은 도슨이 KBO리그에서 통산타율 .328를 기록했던 호세 페르난데스를 연상케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타율 .349 47홈런135타점116득점이라는 위대한 기록을 남기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던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kt로 복귀했다. 물론 로하스는 4년 전보다 나이도 들었고 상대 벤치와 배터리의 집중견제도 받으면서 2020 시즌의 위용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타율 .303 61안타12홈런(공동 4위)39타점(공동7위)38득점(공동4위)OPS .987(2위)의 성적은 외국인타자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작년 LG를 29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주역 중 한 명인 오스틴 딘은 작년 11월 총액 130만 달러에 재계약하며 올해 LG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LG는 신예 김범석이 1루 글러브를 끼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오스틴 역시 1루수와 지명타자를 오가고 있다. 하지만 오스틴은 올해 LG가 치른 54경기 중 53경기에 출전해 타율 .303 10홈런37타점30득점5도루OPS .918로 LG의 4번타자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KIA 타이거즈의 소크라테스 브리또와 두산 의 헨리 라모스는 좋은 팀 성적의 덕을 보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올해 타율 .251 9홈런31타점27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KIA가 1위를 달리면서 교체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타율 .302 4홈런31타점20득점의 라모스 역시 외국인 선수로는 장타력이 다소 아쉽지만 두산이 단독 2위에 오르면서 하위타선에 배치돼 타격감을 조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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