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묻습니다 "대통령이면 다인가?"
[박은영 기자]
▲ 대만흰나비 천막농성장 주변을 돌아다니는 대만흰나비 |
ⓒ 대전충남녹색연합 |
천막농성장 주변으로 많이 보이는 나비들이 있다. 날개 끝에 검정색 삼각형 무늬가 있고 둥근무늬가 보인다. 얼핏보면 배추흰나비와 비슷해 보여 마침 오신 생태해설사분께 물어보니 대만흰나비라고 한다. 4월부터 모습을 드러내 자주 볼 수 있는 나비라고 설명해주셨다. 여러마리가 풀숲과 돌탑주변을 산책하듯 날아다닌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처음엔 물떼새와 검은등할미새, 삑삑도요가 신기해 매일 관찰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소리, 고라니, 수달, 큰금계국 그리고 대만흰나비까지 살펴보고 찍게 된다.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우리 곁에 있음을, 도시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는 사실 얼마든지 외롭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이 자연의 존재들이 기꺼이 우리 친구가 되어준다.
이렇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을 우리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 금강 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위한 야4당 국회의원 당선인 및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
ⓒ 녹색연합 |
세종보 농성천막 28일차. 정치권이 화답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금강 유역 국회의원과 세종 지역 지방의원 등이 천막을 방문했는데, 27일에는 야 4당이 모여 한 목소리로 외쳤다.
"세종보 공주보 재가동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였다. 이날 '금강 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위한 야4당 국회의원 · 당선인 및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는 민주당,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진보당 등의 정치인 11명이 참석했다. 국회의원 이수진,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한국환경회의가 공동주관해 열린 기자회견이었다.
이들은 "위법 취소한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과 졸속 변경한 국가물관리 기본계획을 원상복구 하라"고 요구했다.
https://omn.kr/28twn)
▲ 기자회견 준비 중인 의원들 기자회견 준비 중인 의원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이들은 "세종보 공주보 재가동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과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원상복구하고 당장 이행하라", "한강 낙동강 수문을 개방하고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기자회견을 마무리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의원회관으로 이동해 간담회를 열었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박은영 공동집행위원장은 물정책 정상화를 요구하는 국정조사와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정치인들은 충청권 의원들의 입장발표와 야당 차원의 특위 구성 등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 4대강 보 해체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 녹색연합 |
이들이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은 금강 보 수문 개방 이전과 이후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2018년 1월 금강 세종보 수문 전면 개방 이후, 수질 악화와 녹조 창궐, 수생물 떼죽음 등으로 몸살을 앓던 금강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회복됐다. 멸종위기 1급 흰수마자와 미호종개가 다시 발견되고, 물떼새들이 돌아와 산란을 시작했다. 수변에는 수달 발자국, 삵 배설물들이 즐비하고,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이 득시글하던 강바닥 펄밭은 자갈과 모래로 회복됐다. 금강 인근 거주하는 주민들 또한 녹조와 악취가 사라진 금강을 즐겨 찾고 있다. 닫혔던 세종보 수문이 열리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본래의 강으로 귀환하고 있다.
지금 낙동강은 매년 녹조가 창궐함에도, 보 개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4대강사업 보로 인한 위험을 감추는 데만 급급해 녹조 저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정부가 국회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녹조 위험관리체계인 조류경보제 개선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댐 추가건설', '하천준설' 등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토건 개발은 녹조를 악화시키고 악취 펄밭을 만들고 있다.
아무런 검증 과정도 거치지 않고 세종보를 재가동하는 것은, 이미 실패한 사업으로 판명 난,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 망령을 부활시키겠다는 몽니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는 총선 결과조차 외면하고, 민심의 강을 거스르고 있다."
▲ 물수제비를 뜨는 아이들 강변에서 아이들이 물수제비를 뜨고 있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대통령이면 다인가?"
강가에 천막을 차린 이유를 들려주던 중 한 아이가 소리쳤다. 4년간 회의해서 결정한 보 처리방안을 15일만에 취소했다는 부분에서 나온 탄식이기도 했다. 아이들도 진지한 눈으로 듣고 판단할 줄 안다.
천막으로 내려오는 길이 가파른데도, 아이들은 두려움이 없었다. 내려오자마자 물가로 가서 돌을 던졌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물수제비는 처음이었다. 아버지들이 한번씩 시범을 보여주고, 아이들이 따라한다. 한 번 시범을 보여주니, 아빠에게 '스승님!' 하며 함성을 지르는 아이도 눈에 띈다.
아이들은 지금 이 흐르는 강이 좋다고 온 몸으로 표현했다. 돗자리 깔고 수박도 먹고, 낮잠도 자고, 돌멩이도 던질 수 있어 좋다고 외쳤다. 자연과 교감하고 그 이로움이 어떤 것인지 체감한 아이들의 눈은 강가의 새들을, 자갈들을 친구로 여긴다.
나와 다른 생명을 함께 사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일. 만약 온 세상 어린이들이 이 강을 안다면, 강에서 놀며 자란다면 그 마음과 생각이 얼마나 깊고 풍요로워질까. 그러니 강을 아이들에게서 뺏지 말자. 흐르는 금강을 매일의 선물로 돌려주는 어른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천막농성장 앞에 돌탑 하나를 더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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