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뒤 운전자 바꿔치기...'김호중식 수법'에 경찰 칼 뺐다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여성 운전자가 남자친구와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사건에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두 사람 모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근 음주 뺑소니를 하고도 매니저가 운전한 것으로 거짓말한 트로트 가수 김호중 사건을 보면서 이 같은 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것이 경찰의 영장 신청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충북 진천경찰서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재물손괴·범인도피 방조 혐의로 여성 A씨(21)와 음주운전·보험사기 미수·범인도피 혐의로 남성 B씨(23)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전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9일 새벽 5시 45분 진천군 덕산읍 한 교차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음주 상태로 몰며 시속 70㎞로 우회전하다 맞은편 무인점포로 돌진하는 사고를 냈다. 당시 상가와 거리에 아무도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고, 두 개 점포가 크게 파손돼 7000만원의 재산 피해를 일으켰다.
그런데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자 남자친구인 B씨가 나서서 자신이 술을 마시고 렌터카를 몰다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08% 이상이었다. 경찰은 이 진술을 바탕으로 B씨를 불구속 입건했고, A씨에게는 음주운전 방조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이후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사고 당시 실제 운전자가 여자친구 A씨였다는 것을 적발했다. 경찰이 차량의 동선을 따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했는데, 처음에는 B씨가 운전하다 도중에 멈춰 세우고 A씨와 자리를 바꾸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당시 A씨에 대한 음주 측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들이 렌터카를 빌리기 직전 술을 마신 음식점 CCTV를 확인한 결과 경찰은 A씨 역시 면허취소 수준 이상의 술을 마셨던 것으로 파악했다. 위드마크 공식 적용 결과도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가 평소 운전 연습을 해보고 싶다고 한 게 생각나 운전해보라고 했다”면서 “사고 보상비를 받으려고 렌터카 보험을 든 제가 운전했다고 거짓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한 뒤 운전자 바꿔치기를 했다가 구속되는 등 음주 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도주하는 사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은 점을 고려해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운전자 바꿔치기로 경찰의 사법권을 방해 한 점, 피해자인 상가 주인들과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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