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특허 무임승차 하던 중국, 이젠 추월 노린다
LG엔솔, 불법 특허 사용 대상 강경 대응할 방침
삼성SDI, 특허 인식 제고·출원 장려 시상식 개최
차세대 배터리 특허 확보 관건…“정부 지원 필요”
국내 배터리 업계가 당면한 중국의 특허 관련 위협 요인이 ‘도용’에서 ‘추월’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우리의 앞선 특허를 도용당하지 않도록 방어하는 게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넘어 기술 추격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배터리 핵심 특허 확보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각사의 올해 1분기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 보유 건수는 3만2564건, 삼성SDI는 2만1545건, SK온은 163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6%, 9.7%, 32.5% 늘어난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배터리 분야에서 오랜 기간 선도 역할을 해온 만큼 특허 보유 건수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으로 배터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의 특허 무임승차’가 위협 요인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불법적으로 특허를 사용하는 기업들에 소송 및 경고 등을 통해 강경하게 대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특허 중 경쟁사가 침해하거나 침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특허’ 수는 100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실제 경쟁사가 침해한 것으로 확인된 특허 수만 해도 580건에 이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의 IP에 대한 후발 기업의 무분별한 침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글로벌 배터리 특허 라이선스 시장을 조성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선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 배터리 업체들 대상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제 중국의 특허 도용이 아니라 한국과 좁아지는 기술력 격차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현재 기존에 주도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 분야에서도 중국보다 핵심 특허를 독점하거나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간 중국은 가격 면에서만 경쟁력을 지녔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기술력 면에서도 바짝 쫓아오고 있다.
향후 특허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배터리 특허 확보가 관건이다. 하지만 차세대 배터리 분야마저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미 2022년 기준 특허 출원 건수 기준으로는 중국이 한국을 압도했으며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은 차세대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 건수 중 81.3%를 차지했으며 전고체 배터리, 나트륨 이온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대부분의 차세대 배터리 세부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출원 비중이 가장 높다.
이런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특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2일에는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을 개발한 직원을 선발하는 ‘발명왕·출원왕 시상식’을 열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연구개발(R&D) 분야에만 1조원 이상 투자했으며 매년 관련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도 지난 21일 임직원들의 특허 인식 제고와 특허 출원을 장려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IP 페어’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특허의 중요성과 삼성SDI의 IP 전략 발표와 시상식이 진행됐다.
또한 SDI연구소 내 특허 발명자와 특허 번호를 명판에 새긴 ‘패턴트 월(Patent Wall)’을 세우고 1년간 가장 우수하고 많은 발명을 한 ‘패턴트 챔피언’을 선정한다. 이런 제도적 지원을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 특허 출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부문 신규 특허 출원 건수는 매년 2배씩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배터리 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 한국은 중국보다 정부 지원이 적고 핵심 특허 등록 기간이 길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중국에 굉장히 도전을 많이 받는 상황”이라며 “중국은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어 불공정한 경쟁을 하는 중”이라고 바라봤다.
KIEP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기업의 R&D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대학의 연구실에도 막대한 연구비와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GIST, DGIST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마저 배터리 관련 실험장비가 부족해 실험 재료를 들고 장비가 있는 곳을 찾아 전국을 다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는 “국내는 특허를 출원해 확보하는 데까지 대략 2~3년 정도 걸린다”며 “해외 특허를 낼 시 국내 특허가 안 되면 해외에서도 특허를 내기 어렵기에 1년 이내로 당겨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허가 효용성이 있으려면 작은 한국 시장이 아닌 해외 특허 등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원비 자체 문제의 문제가 아니라 지급 방식이 최대 걸림돌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현재 기업이 내는 특허는 10년 전 등록한 기존 특허의 개선이 많고 차세대 배터리는 연구를 못 하고 있어 특허도 많은 편이 아니다”며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은 학교나 일반 연구소에서 대부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가 연구개발비를 집단 단위로만 주는 경직된 방식 때문에 개인 연구비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개인 연구가 지속돼야 하는데 활성화되지 않고 전문 과학자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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