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3% 내외 기준금리를 상수로 받아들이자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기존 시장 전망치인 0.6~0.7%를 크게 뛰어넘는 1.3%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높여 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2.2%에서 2.6%로 전망치를 올렸다.
이처럼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일반인들은 여전히 고물가, 고금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 2.9%에서 하반기에 2.4%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는 2.1%로 하락할 전망이다.
그러면 한은의 기준금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2.3~2.4%(하반기 월평균)로 내려가는 추세를 확인한다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3.5%,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인데 시장에서 예상하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국내외 은행·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와 증권사 연구원 등 경제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인의 전문가 중 65%인 13명이 한국이 오는 4분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같은 설문에서 단 1명만이 4분기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지난달에는 3분기 인하를 예상한 전문가가 18명에 달했는데 전망이 뒤로 밀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올해 3분기로 꼽은 사람은 지난달 설문에서는 8명이었는데 이달에는 16명으로 증가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낙관적으로 기대했었지만 물가는 여전히 중앙은행 목표치인 2%에 수렴하려면 아직 멀었다. 시장의 기대가 '희망고문'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연내에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어쨌든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는 계속 인하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그 폭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 시장에서는 올해 2번(0.5%포인트), 내년에 4번(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본다. 한국의 경우 시장에서는 올해 2번(0.5%포인트), 2025~2026년 1~2번(0.25~0.5%포인트)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견해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고금리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많고 이들은 대부분 기준금리가 빨리, 큰 폭으로 내리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작다.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3.00%, 인하 시점이 더 밀린다면 3.25%에 머물 것이며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기준금리는 기껏 2.50~2.75% 수준이지 더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이마저도 현재 시중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된 것이며 인하 폭은 더 작을 수도 있다. 인하 시점은 여태까지 그랬듯이 더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내년에 경기침체가 온다면 기준금리를 더 큰 폭으로, 더 이른 시점에 인하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오히려 올해 하반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유가 상승, 세계화 후퇴 등으로 물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결론적으로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3% 내외의 기준금리를 상수(常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생각해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3% 선 아래로 내려왔던 적은 없다. 미국, 유럽의 양적 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등장했기 때문에 있었던 일이며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던 2010년대 이후 이례적인 저물가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3% 내외의 기준금리가 오히려 정상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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