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목사 "청탁 가장 취재"라는데…'함정 뇌물' 과거 판례엔
검찰의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 김건희 여사에 금품을 제공한 최재영 목사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 목사가 “청탁을 가장한 공익 목적의 취재였을 뿐 청탁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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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만 뇌물 함정교사 판례 뭐길래
‘가짜 청탁’은 법적으로 청탁에 해당될 수 있을까. 법조계에선 사건 구조가 유사한 2006년 ‘강종만 전 영광군수 뇌물 함정교사 사건’ 판례가 주목받고 있다(대법원 2007도10804).
강 전 군수는 2006년 12월 전남 영광의 자택 등에서 외가 친척인 지모씨와 지씨의 5촌 조카이자 하수처리업체 대표였던 또 다른 지모씨 등으로부터 영광군이 발주·시공하는 16억원 상당의 하수종말처리장 모니터링 관련 공사 수주를 대가로 현금 뇌물 1억원을 받아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앞서 뇌물 공여자(제공자)인 두 지씨 역시 2007년 3월 광주지법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뇌물 1억원이 ‘함정’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여자인 지씨 측이 2006년 군수 선거에서 강 전 군수에게 패배한 후보 측과 결탁한 점, 현금 4000만원을 건넬 당시 보이스펜을 이용해 강 전 군수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점 등이 밝혀진 것이다.
지씨 측은 강 전 군수로부터 “곧 공사를 주겠다”는 대답을 듣고도 보이스펜 녹음 등을 토대로 강 전 군수를 검찰에 고발했다. 강 전 군수는 함정에 당한 사정 등이 반영돼 2심에서 징역 7년→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다만 이런 함정교사와 관련된 내용은 강 전 군수나 지씨 측의 1심 판결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2008년 3월 대법원은 강 전 군수에 징역 5년을 확정하며 “뇌물 공여자들에게 피고인을 함정에 빠뜨릴 의사만 있었고 뇌물 공여의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뇌물수수가 공여자들의 함정교사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 이는 피고인이 책임을 면하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함정에 청탁 의사 섞였다면 기소→유죄 가능성
여기서 “뇌물 공여자에게 함정을 빠뜨릴 의사만 있었고 뇌물 공여의 의사가 전혀 없었는지”가 공여자인 최 목사에게 대입해볼 만한 부분이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전달하기 전 ‘함정 취재’를 기획했다는 점이 유사해서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뇌물 공여 의사를 (청탁금지법상) 청탁 의사로 바꿔보면 최 목사가 받을 처분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견해다.
즉, 함정의 고의에 청탁의 고의가 일부 섞여있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최 목사는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위 사건에서처럼 최종적으로는 집행유예가 선고될 확률이 높다. 반대로 최 목사 주장대로 “청탁 의사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판명된다면 검찰이 기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검찰은 서울의소리가 최근 ‘최재영의 청탁’으로 보도한 각종 내용들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그간 전달한 선물에 청탁성이 포함돼 있었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함정 취재가 시작된 시점도 관건이 될 수 있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처음 카카오톡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시점은 2022년 1월이다. 서울의소리는 “최 목사가 2022년 6월 접견 당시 김 여사와 제3자 간 금융위원 인사청탁으로 추정되는 통화를 목격한 것을 계기로 함께 함정 취재를 기획했다(이명수 기자)”고 주장 중이다. 최소 2022년 1~6월 사이에는 함정 취재 논의가 오가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 사이에 최 목사와 김 여사 간 ‘청탁성 선물’이 오갔다면 이는 함정 목적이 아닌 단순 청탁 목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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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는 적용 어려운 판례…‘비공무원 신분’ 걸림돌
다만 강 전 군수 사건에 김 여사를 곧장 대입하긴 어렵다. 여사의 신분이 ‘공무원’이 아니라서다. 뇌물죄는 공무원을 처벌하는 법이다.
김 여사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공무원 신분인 윤 대통령과 공모 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최소한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금품 수수를 알았거나 관여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 목사와 대통령이 직접 접촉한 흔적도 나오지 않은 현재로선 뇌물죄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금지하는 청탁금지법으로도 역시 처벌할 수 없다. 현행법상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고, 새로 입법하더라도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알선수재 혐의라면 적게나마 검토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알선수재는 비공무원이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해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을 때 성립한다. 김 여사가 최 목사의 청탁을 받아 윤 대통령 등 공무원에게 전달한 경우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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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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