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 측 "재선 땐 취임 즉시 대북특사…김정은과 회담"

강태화 2024. 5.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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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평양에 대표를 보내 정상회담을 논의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보 분야를 보좌하는 프레드 플라이츠(62)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에게는 4년밖에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정부 구성에 시간을 보낼 사치를 누릴 여유가 없다”며 이처럼 말했다. “(임기)4년 안에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알링턴 AFPI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년 내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즉답을 꺼냈다. AFPI는 트럼프 재집권시 첫번째 행정명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주요 국제기구 탈퇴를 위한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문진욱 기자

그가 부소장으로 있는 AFPI는 트럼프 캠프의 핵심 공약 마련은 물론 재선 시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정책 준비를 맡고 있다. 트럼프 당선 시 내각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키스 켈로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대행,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공저자로 참여한 AFPI의 보고서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미국 우선주의 접근법』(9일 발간)은 사실상의 공약집인데, 플라이츠 부소장이 편집을 총괄했다.

버지니아 알링턴 AFPI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트럼프 2기 출범시 첫날 발표할 행정명령 1호를 준비중”이라며 “의회의 비준을 받지 않은 국제 협정을 탈퇴하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국방정보국(DIA), 국무부, 하원 정보위원회 등을 두루 거친 그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비서실장과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트럼프는 안보 관련 주요 보직 인사 때마다 그를 후보군으로 거론해 왔다. 지난 3월엔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으로 트럼프를 예방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의 만남에서도 그는 트럼프를 직접 보좌했다.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알링턴 AFPI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년 내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즉답을 꺼냈다. AFPI 곳곳엔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사진이 걸려 있다. 워싱턴=문진욱 기자

트럼프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A :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작고 직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적국 정상 간의 외교가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이것이 트럼프 외교의 우선순위다. 바이든은 2022년 2월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았다. 냉전 때도 정상 간에 생산적 논의는 했다. 트럼프의 정책은 더 강경해지겠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이고 푸틴과도 대화할 것이다.”

Q : 대화 상대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포함되나.
A : “당연하다.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아주 좋은 사람’을 대북특사로 지명할 예정이다. 그를 빨리 평양으로 보내 정상회담으로 진전시킬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바이든은 ‘비상근’ 대북특사를 임명했다. 북한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북한은 이를 모욕으로 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5월 성 김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를 겸직 임명했다. 지난해 말 그가 은퇴한 뒤에는 정 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가 임무를 이어받았지만, 대북특별대표라는 직함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알링턴 AFPI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년 내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즉답을 꺼냈다. AFPI는 트럼프 재집권시 첫번째 행정명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주요 국제기구 탈퇴를 위한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문진욱 기자

Q : 트럼프는 첫 임기 때 북한과의 대화에 실패했는데.
A : “(비핵화를)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것(대화 시도) 자체가 성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CIA 출신이다. 한국과 일본의 내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트럼프가 재선돼 외교를 재개하기를 기대하며 7차 핵실험을 보류하고 있다. 다만 대화 재개에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Q : 트럼프도 김정은과의 대화를 준비하고 있나.
A :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하노이 노 딜’ 뒤 트럼프가 (기차를 타고 온)김정은에게 대통령 전용기 '에어 포스 원'으로 평양에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던 건 사실이다. 김정은이 거절했지만, 트럼프의 말에 (백악관)경호실은 미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정말 북한과 거래를 원한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관계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 회담이 재개된다면 하와이를 추천하고 싶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정상회담 실무에 관여한 그는 최근 발간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관련 논란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EPA=연합뉴스

Q :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했다고 주장했다.
A :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사실 김정은은 싱가포르 회담 전까지 비핵화란 말을 쓴 적이 없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북·미 관계 정상화 이후 달성할 수 있는 북한의 빛나는 도시 등의 전망을 담은 영상을 보여줬다. 외교 전문가들에게 충격을 준 파격이었다. 그때까지 했던 다른 시도들은 북한에 통하지 않았다.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있다면 알려달라.”

Q : 문 전 대통령은 볼턴 등이 트럼프에 반대했다고 했는데.
A : “이견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견의 당사자가 아니다. 대화 때마다 진전이 있었지만, 실무 차원에선 달랐다. 북한은 물론 미국의 실무자급이 동의하지 않았다. 고위급이 모르는 제안을 밀어붙인 실무 관리도 있었다. 이것이 트럼프 1기의 결정적 실수라는 점을 인정한다. 트럼프 2기 때는 트럼프가 원하지 않는 것을 북한에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신은 트럼프의 생각을 지지합니까’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지 못하는 사람은 2기 행정부에 합류해선 안 된다.”

Q : 트럼프가 생각하는 비핵화는 무엇인가.
A : “문 전 대통령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했고, 대화 촉진에 기여한 공로는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그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너무 절박했던 것 같다. 트럼프는 부분적·단계적 합의를 원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문 전 대통령을 제외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영변 핵시설을 예로 든다면, 비핵화는 결코 특정 시설만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두 사람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Q : ‘미국 중심주의(America First)’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A : “번역에서 오는 이질감을 안다. 다만 요약하자면 이기적인 미국식 접근법을 뜻한다. 이는 한국이 외교 정책을 펼 때 취하는 방식과 정확히 동일하다. 미국의 외교는 미국이 아니라, 정책 엘리트와 유엔이 원하는 순서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가 서류 상으로 좋아 보이는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한 것도 미국 경제와 노동자들에게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Q : 이에 따른 첫번째 과제는 무엇인가.
A : “집권 첫날 발표할 행정명령 1호를 준비하고 있다. 의회 비준 없이 작동하는 초헌법적 국제 협정을 탈퇴하는 내용이다. 중국 주도의 세계보건기구(WHO),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등이 대상이다. 유네스코 등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단체에서 탈퇴할 계획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한 국제형사재판소(ICC)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국제기구에 미국의 주권을 넘긴 적이 없다. 미국인은 유엔헌장이 아닌 미국 헌법에 따른다. 유엔이 미국의 정책을 결정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지난 3월 8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만났다. 프레드 플라이츠 AFPI부소장은 당시 회담에 배석했다. EPA=연합뉴스


플라이츠는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매우 잘 맞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인사들이)미국에 왔을 때 워싱턴에서 바이든 관리들만 만나지 말고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트럼프도 만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Q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A : “북한에 관심이 없었던 바이든은 대북 정책도 사실 없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핵무장론’이 계기가 됐다.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 때문에 바이든 정부는 공황 상태가 됐고, 그로 인해 윤 대통령의 방미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가 성사됐다. 윤 대통령이 3국을 단결시킨 것은 ‘바이든의 대중·대북 정책이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 또 4년 반 만에 재개된 한·중·일 정상회의 역시 한·일 지도자가 중국을 만나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더 높은 주의와 관심을 요구하는 의미가 있다.”

Q : 트럼프 재집권시 한국의 핵무장이 가능해질까.
A : “한국인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다만 트럼프는 지금보다 더 강한 핵우산을 제공할 것이다. 핵 확산은 매우 위험할 뿐더러, 단시간 내에 한국이 북한의 핵역량과 위협을 따라잡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는 한국의 핵무장을 통한 핵균형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가 돼야 한다. 또 방위비 인상과 관련해 트럼프는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겨냥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등이 핵심이다.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줄일 일은 절대 없다.”
그는 평소 트럼프와 사적인 골프도 즐기는 사이다. 그는 인터뷰 중 “윤 대통령은 골프를 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모든 정상을 만날 때 무역과 투자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간다”며 “윤 대통령이 트럼프와 만날 때 한국이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란 사실을 강조하기를 추천한다”고 했다.

■ 프레드 플라이츠(Frederick H. Fleitz)

「 프레드 플라이츠(62)는 중앙정보국(CIA)에서 핵심 정보를 다뤘던 정보통으로 국방정보국(DIA), 국무부, 하원 정보위원회 등에서 안보 관련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볼턴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비서실장과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도 깊이 관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볼턴이 NSC를 떠난 이후에도 NSC 보좌관직을 비롯해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인선이 이을 때마다 여러차례 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등 플라이츠는 트럼프의 핵심 안보 인맥으로 분류된다.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가 최근 발간한 정책집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미국 우선주의 접근법』.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번째 대선 도전 일정이 구체화됐던 2022년 1월부터 트럼프의 핵심 측근 상당수가 참여한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의 부소장을 맡고 있다. 지난 9일 AFPI가 최근 발간한 정책집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미국 우선주의 접근법』은 트럼프 당선 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약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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