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밤 감사했다"…빅5 병원장이 전공의에 보낸 환자 메시지

황수연 2024. 5.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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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이 전공의들에게 병원장 대신 선배 의사를 앞세워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 원장은 지난 23일 ‘그리운 선생님께’란 제목으로 소속 전공의 500여명에게 장문의 e메일을 보냈다. 박 원장은 메일 첫 문장에 “잔설이 녹기 전 떠나간 선생님을 초록이 무성해진 지금도 만날 수 없어 무척 그립다”고 썼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전공의들에게 남긴 칭찬 카드를 언급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원장. 중앙포토

박 원장은 “밤늦은 시간, 수술을 앞둔 환자가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할 때도 최선을 다해 설명해 주던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 숟가락 사용이 어려운 재활 환자를 매번 소독해주며 안타까워하던 선생님, 늦은 시간에도 잊지 않고 면회가 어려운 중환자 가족들을 위해 손수 연락해 안부를 전해준 선생님 사연에 가슴이 따뜻해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분들이 생각하는 여러분은 질병을 잘 아는 지식인의 단면보다 나를 옆에서 지켜주고 배려해 주는 고마운 사람인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비슷한 이유로, 지금 전공의 선생님들의 빈자리를 지키고 계신 많은 교수님, 임상강사분들 그리고 다른 케어기어(병원 구성원)분들이 헌신하는 이유도 우리의 생계를 위한 직장이어서가 아니라 이곳이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이고, 이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곳이며 환자를 버리고는 우리의 존재 의미 자체가 희미해진다는 명백한 사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의 이 같은 호소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말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직후에도 전공의들에게 문자를 보낸 바 있다. 당시엔 “빈자리가 크니 돌아와 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선배 의사로서의 미안함, 염려 등을 담았다.

박 원장은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선생님들의 불안과 염려, 복잡한 마음에 대해 공감한다”라면서 “(증원 문제를)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해 선배 의사로서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적었다.

다만 “그러나 40년 전 의사 과잉을 걱정하던 시대에 의대를 다니면서 앞날을 불안해하던 학생들에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좋은 의사에 대한 사회의 기대는 변하지 않으니 좋은 의사가 되기를 힘쓰라’던 스승의 말씀이 지금도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의사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이제는 환자 곁으로 돌아와 임상 의사로서 배우고 익혀야 한다”라며 “좋은 의사에게는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용기 있는 선택을 기다리고, 그 선택을 존중하겠다”라고 했다.

박 원장은 이번 e메일에서 원장 명칭을 뺐다. 원장이기 이전에 스승이자 선배 의사, 동료의 마음으로 호소하기 위한 취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출입 자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사직 수리 검토할 때”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100일 넘었지만, 대다수 전공의는 요지부동 상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3일 기준 211곳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8% 정도(1만501명 중 839명)다.

정부가 수련병원장이나 진료과장이 나서 전공의 전체를 대상으로 대면 상담을 진행해 29일까지 전공의 복귀 의사 등을 제출해달라고 했지만, 상당수 병원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5 한 병원 관계자는 “각 진료과에 전달은 됐는데 이후 피드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라며 “임상 과장이 전공의를 한 명씩 만나고 다니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게 일부 교수들 입장”이라고 했다.

미미하게나마 전공의들이 응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 외과 계열 교수는 “실제 봐야겠지만 10명 가까이 (진료) 과장님과 면담할 예정”이라며 “고연차 전공의 중에 복귀 의사를 밝힌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전공의 사직서 처리 절차를 고민할 때가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수습 차원에서라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걸 기점으로 정부가 진료유지명령을 철회하고 사직서를 수리해 자유롭게 해주고, 향후 돌아올 전공의들은 내년에라도 와서 수련을 이어받을 길을 터줘야 한다”라고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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