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요, 큰 병원 가야해요" 두달 1700건 해결한 이 응급상황실
지난 22일 오후 11시쯤 전남 목포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차를 몰고 가다 가로수와 부딪히는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A씨가 도착했다. A씨는 복부 외상, 간 파열과 간 동맥 손상으로 인한 혈복강(복강 내 혈액이 고여있는 상태) 등 중증 외상을 입은 상태였다. A씨는 기도 내에 관을 삽입해 호흡을 돕는 기도삽관 시술과 수혈 등을 받았다. 이 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추가 시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중증 응급환자 전원을 돕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로 즉각 연락했다.
간동맥 손상으로 인한 출혈을 막기 위해 중재 시술이나 다른 외과 수술이 필요한데 이 병원에선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황실은 전남권 대학병원 2곳과 전북권 병원 4곳, 충청권 병원 2곳 등에 전원 의뢰를 했다. 약 2시간 만에 전북 전주 전북대병원에서 A씨를 받기로 했다. 자칫 생명이 위험할 뻔했던 A씨는 무사히 옮겨져 치료 받았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큰 상황에서 전원 센터와 병원간 시스템이 잘 작동한 사례다. 당시 전원을 책임졌던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의 전원 조정 업무와 지역·병원 간 협력 체계를 통해 생명을 구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역할의 응급 환자 전원 콘트롤타워(광역 응급의료상황실)는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등 4개 권역에 더 있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이 본격화한 직후인 3월부터 새로 연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상진료 상황에서 전원 업무를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서 혼자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권역별 상황실을 계획보다 빨리 개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부터는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와 광역 응급의료상황실이 함께 중증 응급환자 병원 선정을 돕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정지 환자 등 빠른 치료가 필요한 중증 응급환자는 이송 업무까지 지원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4개 광역상황실에서 22일까지 운영 두 달 여간 누적 1709건의 전원이 이뤄졌다. 수도권(655건)이 제일 많고, 경상(646건), 충청(235건)과 전라(17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원 가능한 병원을 찾기 위해 상황실은 평균 11곳에 연락했고, 전원 완료(소요) 시간은 55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공백이 없던 이전 상황과 비교는 어렵겠지만 ‘응급실 뺑뺑이’를 최소화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7월에는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경상권에도 각각 광역 상황실이 문을 연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응급의료체계가 정상 작동한다면 이렇게 중간에서 조정하는 상황실이 굳이 필요한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최종 치료 병원으로 바로 못 가는 이유 중엔 응급실 과밀화가 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원 결정을 상황실이 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며 “보내는 쪽이 책임져야 최종 치료 병원도 안심하고 환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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