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용배 (20) 북 특무대장과 목숨 건 아찔한 동행… 북으로 끌려갈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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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국민일보에 '전도는 죽음으로 하는 기야'라는 책이 소개됐다.
책 주인공이 북한으로 끌려가 고문당하면서 왼쪽 손가락 3개가 잘려나갔다고 했는데, 탈북민인 그는 중국에서 선교사님을 통해 복음을 알게 되었고 이후 탈북민들을 모아 전도하는 소중한 전도자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만난 북한 담당자는 나에게 북한 탈북민 사진을 가지고 오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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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탈북민 잡으러 나온 특무대장
북 복음화 위해 생사고락 함께했는데…
지난 2007년 국민일보에 ‘전도는 죽음으로 하는 기야’라는 책이 소개됐다. 책 주인공이 북한으로 끌려가 고문당하면서 왼쪽 손가락 3개가 잘려나갔다고 했는데, 탈북민인 그는 중국에서 선교사님을 통해 복음을 알게 되었고 이후 탈북민들을 모아 전도하는 소중한 전도자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 사람을 만나 제자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던 중 선교 차 장춘공항에 내렸는데 나를 마중 나온 조선족 전도사의 여동생 집사와 같이 온 사람이 있었다. 북한에서 온 분이라고 했다. 같이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보니 그의 왼쪽 손가락 세 개가 없었다. 나는 당신이 그 책의 주인공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는 여러 가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김일성 앞에서 사격대회 1등을 해서 김일성에게 상도 받고 악수를 했는데 그가 김일성의 친구 안길 이를 닮았다고 해서 그때부터 안길이가 되었다고 했다. 또 다른 이름은 박왕길이라고 했다. 그가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신분증을 만들어주고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하면 노트북을 마련해주고 탈북민들이 지금 넘어왔는데 방이 필요하다고 해서 얻어주기도 했다.
나는 그와 국경지대에서 밤새 북한 복음화를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하였고, 중국의 신학교에 보내줘 신학 공부도 하게 했다. 그 신학교에서는 탈북민 세 명도 이미 공부하고 있었고 학비를 지원해 주는 조선족 전도사 네 사람이 같이 공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족 전도사들이 박왕길과 대화하더니, “목사님 저 사람은 탈북민이 아닙니다. 탈북민을 잡으러 온 특무대장입니다”라고 한결같이 이야기했다.
국정원 국장님이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 성경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국장님이 탈북민 사역을 하는 내가 걱정된다며 질문했다. “목사님은 국경 지대에서 탈북자들 돕는 일을 하신다는데 혹시 중국 공안에 갇혀 갇히거나 북한으로 끌려갈 경우를 대비해 교단에서 나서서 협상하고 석방할 안전장치와 목사님을 도울 비상 연락망을 만들어 놓고 사역하고 있습니까.” 나는 그런 장치 없이 그저 믿음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국장님은 그러면 안 된다고 하면서 국정원 북한 담당자를 소개해 줄 테니 비상 연락망을 만들고 일하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만난 북한 담당자는 나에게 북한 탈북민 사진을 가지고 오라 했다. 그래서 100여장의 사진을 가지고 나갔더니 단숨에 박왕길 사진을 집으면서 이 친구를 언제부터 만났냐고 물었다. 자세히 말하니 이 친구는 탈북민을 잡으러 나온 특무대장이라고 했다. 나는 순간 아찔했다. 무려 7년 반 동안 그와 함께 다녔는데 어떻게 나를 북한으로 납치해가지 않았을까. 하나님의 은혜였다.
나는 바로 탈북민들의 전화번호를 다 바꾸게 하고 이사도 시키고 신변을 조심하라 당부했다. 또 박왕길과는 연락을 끊었다. 나는 기도했다. “하나님, 지금까지 지켜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박왕길이 복음을 이용하고 탈북자들을 도와주는 척하면서 북송시키는 앞잡이라고 하니 주님이 그를 손봐주시고 우리 탈북 사명자들을 지켜주세요.” 그런데 나중에 국민일보에 탈북민 사역을 하던 박왕길이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중국에 확인해봤더니 사실이었다.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었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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