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신뢰 되찾으려면 지도자가 기도·신앙 안에서 바로 서야”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복음주의 신학교인 위클리프홀(Wycliffe Hall)은 1877년 설립됐다. 1996년 옥스퍼드대의 43개 칼리지 중 하나로 자리잡은 위클리프홀은 ‘옥스포드의 심장’으로도 불린다. 영국 성공회의 성직자 양성기관인 동시에 신학도들의 전문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최근 방한한 위클리프홀의 학장 마이클 로이드(67) 교수를 지난 20일 서울 신길교회(이기용 목사)에서 만났다.
“한국교회로부터 배울 것을 찾으러 왔다”는 로이드 교수는 전 세대가 함께 드리는 주일예배를 보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또 영국교회의 쇠퇴 현상을 받아들이면서도 사회와의 소통·교류를 통해 희망적인 미래를 전망했다. 아울러 기성세대가 정직함과 진실함으로 다음세대에 다가가면서 신앙의 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한 계기가 궁금하다.
“우선 통계상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영국교회가 한국교회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찾으러 왔다. 둘째는 옥스퍼드대 위클리프홀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한국인을 찾는 것이다. 아울러 영국교회가 한국교회와 서로 교류하고 교제하면서 관계를 쌓고자 오게 됐다.”
-방한 기간 가장 인상깊었던 일들이 있다면.
“신길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했을 때다. 세살배기 아기부터 90대에 이르는 노인 성도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뒤섞여 예배를 드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영국교회에서는 굉장히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신길교회와 서울신학대에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주로 어떤 메시지를 전했나.
“창세기 3장을 주제로 선과 악에 대한 강의를 했다. 핵심 메시지는 ‘우리의 모든 이야기는 창세기 3장이 아니라 창세기 1장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창세기 3장에서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어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고 저주를 받기 전, 우리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사랑받는 존재였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성도와 학생들 모두 우리 인간이 죄인 이전에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으면 한다.”
-영국 기독교와 영국교회 쇠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전 세계 기독교 흐름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이동한다는 통계도 있다. 당신의 견해를 듣고 싶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사실이다. 다만 일부 지역에선 기독교 교세가 성장하는 경우도 있는 등 아예 몰락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렇기에 두 가지만 지키면 영국교회에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기독교인을 잘 교육시켜 신학에 대해 보다 더 잘 알도록 돕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끼리만 우물 안에서 소통하고 교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의 교류를 넓히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다양한 학문 분야와 문화권에서 서로 배워나갈 때 교회의 희망이 있다.
아울러 영국교회는 겸손해져야 한다. 영국교회의 경우 여전히 영국이 기독교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청하고 배우려는 자세다.”
-영국의 대표적인 신학전문교육기관 수장이다. 교회와 우리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나.
“인터넷과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진짜 정보보다 가짜 정보를 더 많이 접하게 되는 탈진실(Post-truth)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진실을 찾아 헤매고 있다. 많은 이들이 다음세대가 기독교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디어 등 교회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안 좋은 이미지로 인해 교회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이 교회에 관심없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오랜 기간 경험한 바에 따르면 다음세대는 진실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기독교인의 성품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
-올해는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이다. 하지만 한국의 기독교도 신뢰를 잃고 있는 현실이다.
“영국교회의 경우, 기독교가 신뢰를 잃게 된 이유가 교회 지도자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등 기독교인답지 않은 행보를 했기 때문이다. 기독교가 신뢰를 되찾으려면 가장 먼저 기독교 지도자들이 기도와 신앙 안에서 바로 서야 한다. 또 우리 크리스천 모두가 기독교인의 본질을 실천해야 한다. 삶속에서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드러낼 때 사회로부터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물론 전 세계 기독교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다음세대’다. 교회가 이들을 어떻게 끌어안을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다음세대 청년들은 정직함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다음세대에게 다가갈 때는 정직함과 진실성을 갖춰야 한다. 또 다음세대 청년들은 이전 세대보다 환경, 인권문제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런 사안은 기독교 신앙에도 내재돼 있다. 즉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지키고 다스리는 것이 인간에게 가장 처음 주어진 역할이다. 인간은 달란트(재능)나 인기, 카리스마에 상관없이 누구나 똑같이 하나님에게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다. 이러한 진리를 다음세대들이 알게끔 해야 한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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