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했더니 왕따… 직장 내 ‘육아휴직 혐오’ 여전

나경연 2024. 5. 28.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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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A씨는 1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지난달 복직했다.

이 같은 육아휴직자에 대한 불만과 혐오의 주된 원인은 휴직자 공백으로 인한 업무 과중이 지목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7일 "육아휴직자의 업무가 동료들에게 가중되면서 육아휴직 자체를 혐오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남아있는 근로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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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폭언에 폭행 사건까지
회사가 대체인력·보상책 마련해야
쉬고 온다는 ‘휴직’ 표현 바꿔볼 만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A씨는 1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지난달 복직했다. 그러나 A씨는 회사에 복귀한 첫날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팀원들은 커피를 마시러 회사 밖으로 나가면서 A씨를 제외했다. 회식 자리에서도 A씨가 다가오면 “다른 직원이 맡아둔 자리”라며 눈치를 줬다.

A씨처럼 육아휴직을 사용했거나 사용 예정인 직원을 교묘하게 따돌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정부는 올해부터 새로운 육아·돌봄 제도를 추가로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육아휴직 혐오’ 분위기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아휴직자에게 눈치를 주며 불이익을 주는 현상은 제도 사용이 상대적으로 보편화한 공공기관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최근 서울 광진경찰서 채용담당자는 육아휴직에 들어간 구내식당 영양사의 대체인력 채용 공고를 올리면서 “기존 영양사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으로 월급은 받으면서 출근은 안 하고 있다”, “윗분들 보시기에 영양사는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경찰청 소속 공무직 노동자들이 지난 13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때론 혐오가 폭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부산의 한 중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사무관 B씨(35)는 지난해 2월 육아시간 제도 사용으로 오후 2시30분쯤 퇴근했다. 이로 인해 학교운영비 관련 업무를 당일 마무리하지 못했다. 평소 B씨의 단축 근무에 불만을 품은 행정실장 C씨는 이를 빌미 삼아 B씨를 크게 야단치며 B씨의 뺨을 때렸다. 같은 해 8월 C씨는 결국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육아휴직자에 대한 불만과 혐오의 주된 원인은 휴직자 공백으로 인한 업무 과중이 지목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약 5000개 사업체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결과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답한 사업체는 절반(52.5%)에 불과했다.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과중’(42.6%)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업체에선 직원이 육아휴직에 들어가 자리가 비어도 대체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7일 “육아휴직자의 업무가 동료들에게 가중되면서 육아휴직 자체를 혐오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남아있는 근로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휴가’ ‘휴직’ 등의 표현은 놀다 온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육아휴직을 표현하는 새로운 단어를 고안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육아휴직자에 대한 사측의 부정적 시선이 노노(勞勞) 갈등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류현아 노무사는 “육아휴직 사용으로 추가 업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아닌 회사에 있다”면서 “회사가 추가 채용 등을 통해 휴직자의 기존 업무를 대체할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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