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재회한 두 친구의 뭉클한 표정[아살세]

박은주 2024. 5. 2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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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기억 속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친구.

함께 보낸 학창 시절의 청춘은 어느덧 빛이 바랬지만, 그래도 두 친구의 우정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50년 만에 서로를 마주한 두 친구.

어느덧 변해버린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수십년 전 서로의 젊은 날을 떠올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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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수술비를 대신 내준 친구와 50년 만에 상봉하는 A씨. 김천경찰서 제공


이제는 기억 속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친구. 주름진 눈가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함께 보낸 학창 시절의 청춘은 어느덧 빛이 바랬지만, 그래도 두 친구의 우정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비록 50년간 아무런 소식조차 듣지 못했지만 말이죠. 지난 25일 경북 김천의 한 지구대에서 재회한 A씨(90)와 B씨(92)의 사연입니다.

A씨와 B씨는 70여년 전 전주사범학교에서 만난 동기 사이였습니다. 그런 두 사람의 인연이 더욱 깊어진 것은 A씨가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B씨에게 보낸 편지 한 통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A씨는 다리 부상의 후유증으로 피부가 곪는 탓에 급히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의사는 “제때 수술받지 못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죠. 문제는 수술비였습니다. 수중에 그만한 돈이 없었던 A씨는 B씨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상황을 알렸습니다.

친구의 딱한 처지를 들은 B씨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선뜻 돕기로 결정했을까요, 혹은 망설였을까요. 그때 B씨의 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어쨌든 그가 A씨를 도왔다는 점입니다. B씨는 소장하고 있던 고가의 카메라를 팔았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들고 A씨의 거주지까지 찾아갔죠. A씨는 수술을 받았고, 무사히 위기를 넘겼습니다.

A씨는 B씨의 마음을 잊지 않았습니다. 전화나 편지를 주고받으며 B씨와의 우정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직장 탓에, 멀어진 거주지 탓에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결국 연락이 끊겼고, 두 사람은 50년 동안 서로의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A씨는 종종 가족에게 B씨와의 일화를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친구를 그리워만 하던 어느 날, A씨는 우연히 한 TV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B씨가 김천 지역의 장수 노인으로 소개된 것이죠. A씨는 가족을 통해 B씨 주거지의 관할지구대인 김천서 중앙지구대에 연락했습니다.

경찰은 방송에 나온 아파트 단지 주변을 돌며 B씨의 주거지를 수소문했습니다. 전북 전주에 거주하고 있던 A씨는 B씨의 주거지를 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죠. 지난 25일 두 사람의 극적인 상봉은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50년 만에 서로를 마주한 두 친구. 어느덧 변해버린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수십년 전 서로의 젊은 날을 떠올렸을까요. 이날 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통해 바라본 건 무엇이었을까요. 50년 세월을 뛰어넘는 두 사람의 우정에, 그리고 환하게 미소 짓는 이들의 표정에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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