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또 사퇴…‘감독 무덤’ 된 독수리 둥지
독수리 둥지는 ‘감독의 무덤’ 인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27일 최원호(51·사진) 감독과의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한화 구단은 이날 “최원호 감독이 지난 23일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이 26일 수락했다.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원호 감독은 통산 278경기를 지휘하면서 107승 162패 9무(승률 0.398)의 성적을 남기고 물러났다. 한화는 정경배 수석코치에게 감독 대행을 맡긴 뒤 조만간 새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다.
최원호 감독의 사임은 형식은 자진 사퇴지만,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에 가깝다. 한화는 시즌 초반 7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질주했지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27일 현재 8위(21승 1무 29패)다. 개막 후 17경기 연속 만원 관중을 기록할 정도로 팬들의 기대치는 높았지만, 전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한화는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강타자 채은성을 영입했고,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내야수 안치홍을 스카우트했다. 개막 직전엔 특급 투수 류현진까지 돌아왔다. 여기에 지난해 홈런왕에 오른 노시환과 신인왕을 차지한 투수 문동주까지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상급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했던 선수들이 부진했다. 특히 ‘센터 라인’이라고 불리는 2루수, 유격수, 중견수의 수비 문제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엔 어느 정도 버텼던 불펜진도 평균자책점 최하위(5.82)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까지 이어지면서 최원호 감독으로서는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최원호 감독은 은퇴 후 LG 코치를 거쳐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체육학 석사에 이어 운동역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는 등 공부하는 지도자로 이름이 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과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내다 2019년 11월 퓨처스(2군) 감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2020년 1군 감독 대행을 맡았고, 2군 감독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지난해 1군 정식 감독에 선임됐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 두 차례에 걸쳐 팀을 맡았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이날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원호 감독의 사퇴로 한화는 최근 7년 사이 4명의 감독이 시즌 도중 사퇴하는 사태를 맞았다. 한화는 2015시즌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지만, 김 감독은 2017년 5월 구단과 갈등을 빚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상군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친 한화는 2017년 말 한용덕 감독을 맞아들인 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2020년 팀이 최다 연패의 불명예 기록을 세우자 한 감독은 그해 6월 스스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최원호 대행이 시즌을 끝까지 치렀다.
한화는 팀 리빌딩을 목표로 삼고 베네수엘라 출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했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화는 2023년에도 성적이 나아지지 않자 수베로 감독을 해임하고, 최원호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정규 시즌 전반기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떠나는 신세가 됐다.
한화는 2009년 김인식 감독이 물러난 이후 감독 선임 문제로 골머리를 썩였다. 최고의 명장으로 불리던 김응용·김성근 감독을 모셔오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육성 전문가인 외국인 수베로 감독까지 데려왔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후임인 최원호 감독 역시 1군 지도 경력보다는 선수 육성에 강점이 있는 지도자다. 결국 한화의 성적 부진은 모기업 및 구단 고위 관계자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5년 동안 한화가 가을야구에 진출한 건 2018년 딱 한 번뿐이다. 제 9구단 NC 다이노스와 10구단 KT 위즈는 이미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LG 트윈스는 암흑기를 벗어나 가을야구 단골 손님이 됐고, 지난해엔 통합 우승까지 차지했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이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화 ‘보살 팬’의 가슴은 타들어 간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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