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돌섬에 뭐가 있길래…완도-제주 ‘2차 무인도 전쟁’
제주도와 전남 완도군 사이에 있는 무인도를 놓고 이들 지자체 사이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수십년간 섬의 육상 관할권을 놓고 대립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해상경계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27일 제주도와 완도군 등에 따르면 남해상 무인도인 ‘사수도(泗水島)’ 해역을 둘러싼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제주 추자도 부속 섬인 사수도는 추자도에서 23.3㎞, 완도군 소안면 당사도에서 18.5㎞가량 떨어진 돌섬(21만4000㎡)이다.
사수도 주변은 삼치와 돌돔·참조기 등 어족이 풍부한 황금어장이다. 전복과 소라 채취량도 많아 제주·완도 어민 사이에 신경전도 계속돼왔다. 천연기념물 제333호인 섬은 흑비둘기·칼새 번식지로도 알려져 있다.
사수도 해역을 둘러싼 자치단체 간 법적 다툼은 지난해 4월 시작됐다. 완도군이 민간업자에게 사수도 해상풍력발전과 관련된 풍황계측기 2기의 점·사용 허가를 내준 게 발단이 됐다. 풍황계측기는 풍향과 풍량 등 측정을 통해 해상풍력발전기 경제성을 판단하는 장비다.
완도군은 “바다는 육지와 달리 해상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사수도 인근 해상의 어업허가권을 완도군이 가진 점 등을 고려해 풍황계측기 허가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해당 해역이 제주해경이 아닌, 완도해경 관할 구역이라는 점도 완도군이 허가권을 주장하는 근거다.
이에 제주도는 “완도군이 허가를 내준 해상은 제주 추자도 관할”이라며 지난해 6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사수도 관할권이 제주에 있는 만큼 인근 해상도 제주 관할”이라는 주장이다. 권한쟁의 심판은 지자체 간 권한 행사를 놓고 분쟁이 있을 때 헌재가 판결하는 제도다.
제주도와 완도군의 권한쟁의 심판 소송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다툼은 완도군이 1979년 사수도에 ‘장수도(獐水島)’라는 지명을 붙이고, ‘완도군 소안면 당사리 산 26번지’라는 지적(地籍)까지 부여하자 제주도가 소송을 제기했다.
헌재는 2008년 12월 사수도 관할권이 제주도에 있다는 결정을 내놨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토지조사령에 의해 ‘북제주군 추자면 예초리 산 121번지’로 토지대장에 등록된 게 근거가 됐다.
헌재 결정 후 15년이 지난 이번 소송에는 지방의회까지 가세하고 있다. 전남도의회는 지난 5일 ‘완도~제주 공유수면 관할구역 권한쟁의 민간추진위원회’(민추위)를 설립했다. 이번 헌재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전남도의회와 완도지역 인사 등 38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이들은 “일제의 토지조사령 전인 1915년 완도군 지도 등에는 사수도가 완도군 부속섬인 장수도로 표기돼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전남도의회는 지난해 8월 전남도와 완도군, 법조계, 어업인 대표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공유수면 사수를 주장해왔다. 민추위 위원장인 신의준 전남도의원은 “전남도 해역을 지키는 일은 어업인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6월 초 추진위 공식 출범 후 완도군민 등 3만여명 서명부를 들고 제주도 항의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은 “2008년 헌재 결정은 사수도는 물론이고 주변 바다도 제주도 관할임을 확정한 것”이라며 “제주도와 함께 사수도 해역이 제주 관할임을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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