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80곳에 배당금 10억…‘공동영농’ 시골 살릴 혁신 되나
농가가 법인에 땅을 빌려준 뒤 연말에 배당금을 받고, 법인은 빌린 땅에서 벼농사 대신 콩·양파·감자 등 작물로 이모작을 해 소득을 올리는 ‘공동영농’이 주목받고 있다. 공급 과잉인 쌀 생산은 줄이고 곡물 자급률과 농가 소득까지 올리는 ‘1석 3조’ 정책이라는 평가다.
경북도는 지난 23일 경북 문경시 영순면 공동영농단지에서 ‘경북 농업대전환 공동영농 성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지역 시장·군수와 관계 기관·단체 등에서 300여 명이 참석했다.
문경시 영순면 공동영농단지에 조성된 혁신농업타운은 농가가 법인에 땅을 제공하고 연말에 배당금을 받는 주주형 공동영농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첨단화·규모화·기술혁신을 통한 농가 소득 증가가 목적이다. 고령의 농민이 고된 농사에서 벗어나면서 동시에 소득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농지를 내놓은 농가는 연말 배당금을 받는 것은 물론 별도로 일당을 받고 농사를 지을 수도 있다. 농기계 작업은 30만원, 단순 농작업은 9만원을 일당으로 준다. 개인이 농사를 지을 때보다 공동영농 형태가 소득이 높은 것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주로 1년에 벼 하나만 재배하던 농지에 소득이 높은 작목을 선정해 이모작을 하고, 인접한 농지를 하나로 묶어 대규모로 경작하는 방식으로 수확량을 늘린다.
지난해 시범 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110㏊ 규모의 영순면 공동영농단지는 60세 이상 고령 농가가 대부분으로 활기를 찾기 힘든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다. 법인 대표를 비롯한 젊은 청년들이 주축이 돼 80개 농가가 의기투합, 공동영농을 위한 법인을 만들었다.
지난해 주민 80명은 배당금으로 총 9억9800만원을 받았다. 1인당 1247만5000원이다. 1㏊당 소득은 900만원이다. 이는 농가가 직접 벼농사를 지을 때보다 훨씬 많은 소득이다. 벼농사만 지었을 때 이곳의 농업생산액(경영비 제외)은 7억7900만원이었지만, 법인이 이모작으로 전환한 후 24억7900만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올 연말에는 배당금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전국 평균보다 15~20% 정도 많을 전망이다. 예상 수확량은 양파 5000t, 감자 900t 정도다. 추가 배당에 따른 농가소득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경 영순지구 늘봄영농조합법인 홍의식 대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법인을 믿어 준 농가에 소득으로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경북도는 문경·구미·예천 이어 올해 혁신농업타운 7곳을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다. 경주·상주·청도 지구는 벼농사에서 콩·양파·마늘·감자 등 이모작으로 전환하고, 영덕은 가을배추·감자·양배추·양파, 봉화는 수박·토마토, 청송은 다축형 사과원으로 특화 품목 중심으로 사업을 할 방침이다.
송 장관은 “각 지역에 혁신농업타운과 같은 우수사례가 많이 확산해 농업이 청년들에게 더 매력적인 산업이자 고소득을 창출하는 산업,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으로 인식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경북이 전국 최초로 시도한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 모델이 농업·농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이런 혁신사례를 지역은 물론 전국으로 확산해 대한민국이 농업 강국으로 도약하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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