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의 질문 "이태원 때 마약 단속 경찰, 사복 입고 있었나" [이태원 공판기]
[김성욱 기자]
▲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업무상 과실치사상·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4월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유성호 |
이태원 참사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112상황실)에서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내부 직원의 증언이 27일 법정에서 나왔다. 서울청 112상황실은 이태원 핼러윈데이 축제의 주관부서였던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의 상급 기관이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김병일·백송이) 심리로 열린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재판에는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청 112상황실 지역경찰계 지역반장이었던 권시영 경감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권 경감은 용산서 뿐만 아니라 핼러윈 축제가 주로 열리는 지역인 마포서와 강남서로부터 치안종합 대책 보고서를 취합해 서울청 차원의 핼러윈데이 치안 대응 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자다. 용산서로부터는 이태원 참사 나흘 전인 2022년 10월 25일에, 마포·강남서로부터는 참사 사흘 전인 2022년 10월 26일에 보고서에 들어갈 내용을 전달 받았다고 한다.
권 경감은 '(용산·마포·강남) 세 개 경찰서의 보고서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당시 인파 집중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인식했나'라는 이임재 전 서장 측 변호인 질문에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권 경감은 또 '(김광호 전 서울청장 주재 화상회의로 인해 핼러윈데이 대비 지시를 처음 들은) 2022년 10월 17일 이전에 서울청 112상황실에서 핼러윈데이 대책과 관련한 치안 대책을 수립하는 등의 논의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교통기동대 요청을 한) 용산서 외에 강남서나 마포서에서도 경력 지원 요청이 있었나'라는 질문에도 "없었다"고 답변했다. 서울 지역 핼러윈데이 축제 관리를 총괄했던 서울청 112상황실 내부의 이태원 참사 전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일 수 있다.
서울청 112상황실 직원 "안전사고 생각 못해"
이날 재판에선 이태원 참사 전 용산서가 서울청에 기동대 요청을 했었는지 여부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현재 이임재 전 용산서장 측은 서울청에 경비기동대(기동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광호 전 서울청장은 교통기동대(교기대) 요청만 있었을 뿐 기동대 요청은 없었다고 주장해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참사 당일 이태원에는 20명 규모의 교통기동대 1개 제대만 배치됐고 기동대는 배치되지 않았다.
서울청 112 상황실 반장이었던 권 경감은 하급 기관인 용산서 112 상황실의 정현욱 팀장과 경력 지원 논의를 했던 실무자이기도 하다. 검찰에 따르면, 권 경감은 2022년 10월 17일과 2022년 10월 21일 두 차례에 걸쳐 경찰 내부 메신저인 '폴메신저'를 통해 정현욱 팀장으로부터 교통기동대 지원을 요청 받았다.
권 경감은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에서는 서울청에 교통기동대 이외에 경비기동대를 요청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용산서가) 저희(서울청 112 상황실)를 통해서는 교통기동대를 요청했던 게 맞다"라면서도 "타 기능을 통해서 (다른 경로로) 기동대를 요청했는지는 제가 알 수 없다"고 했다. 최근 뒤늦게 기소돼 따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광호 전 청장과 별도로, 이임재 전 서장 재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이 전 서장이 참사 전 서울청에 기동대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끌어내야 하는 입장이다.
이 전 서장 측은 수사기관에 제출된 본인의 업무일지를 근거로 기동대 요청을 했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서장이 2022년 10월 17일 적었다는 업무일지를 보면 '핼러윈데이 성추행, 마약, 이태원 홍대 강남 사전 체크 대책 수립(기동대)'라고 적힌 부분이 남아있다. 이 전 서장 측 변호인은 "(업무일지 상) 기동대라고 적어놨다"라며 "일반적으로 기동대 하면 경비기동대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 당시 모습. |
ⓒ 권우성 |
한편, 이날 재판부는 이 전 서장에게 직접 이태원 참사 당시 마약 단속을 어떻게 할 계획이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에 이 전 서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답변했다. 그간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이 마약 단속에 치우쳐 인파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판사 : "근데, 음주단속도 아니고 마약단속을 현장에서 어떻게 한다는 거죠? 혹시 이임재 피고인, 알고 있는 부분 있나."
이임재 : "제가 기억하기로는 단속의 개념보다도, 예방이 더 중요한, 가시적인 활동을 통해서, 당시에 마약이 사회 문제로 많이 노출됐기 때문에, 경찰은 어떻게든 가시적으로 예방을 하는 그런 차원의, 단속 대응이었던 것 같다."
판사 : "범죄를 현장에서 검거하는 게 아니라, 예방 홍보 차원인 것인가."
이임재 : "그 개념이 강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사범이 있으면 검거도 되겠지만."
판사 : "근데 어떻게 예방을 하죠? 마약을 어떻게 예방하나."
이임재 : "그러니까 사전에 언론홍보를 통해서 경찰이 집중적으로 단속을 한다. 그 다음에 실제로 경찰, 그 당시에 경찰 제복, 형광 점퍼를 입었다. 그래서, 경찰이 있으면 당연히 마약 등 범죄에 대한 예방은 되는 거기 때문에."
판사 : "범죄 예방을 위해서 경찰 제복을 입고 경찰관들이 현장에 배치됐다?"
이임재 : "네."
판사 : "그 부분이 맞는지, 검찰에서 확인해보세요. 실제로 어떤 식으로 마약 예방이 이뤄졌는지. 근데 제복 입고 예방했는 지 여부는 궁금하긴 해요. 단속한다고 경찰들이 사복을 입고 잠복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이임재 피고인 얘기대로 제복을 입고 예방과 홍보 쪽에 치중했던 것인지, 궁금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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