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장비 틀어막자…中, 사상 최대 64조원 기금 만든다
미·중이 반도체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가운데, 중국이 3440억 위안(약 64조6720억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기금을 추가로 조성했다. 미국 등 서구 국가에서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은 이에 맞서 장비 국산화 등을 목표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 중국 기업정보 사이트 톈옌차(天眼査)에 따르면 중앙 정부가 일부 출자하고, 중국공상은행 등 국영은행 등도 자금을 보탠 중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차 펀드가 지난 24일 조성됐다.
3차 펀드는 최대 주주인 중국 재정부(17%)와 주요 국유기업들이 돈을 대 마련됐다. 이번 3차 펀드는 중국이 지난 10년간 반도체에 쏟아부은 투자금과 맞먹는 규모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14년 1차 펀드(2014~2018년)로 1400억 위안, 2019년 2차 펀드(2019~2023년)로 2000억 위안을 각각 투자했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3차 펀드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일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연구개발(R&D)에 들어갈 전망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산업용 가스 등을 중국이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조달하는 데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한국·네덜란드·독일·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중국의 반도체 접근 제한을 더욱 강화하도록 촉구하자 반도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중국 정부가 이에 맞서 3차 펀드를 조성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등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810억 달러(약 110조5000억원)를 투자하면서 중국과 치열한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10년 전 하이테크 산업 육성책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를 조성했다. 1~2차 펀드는 중국 토종 반도체 업체인 SMIC, YMTC 등 100곳 이상에 자금을 댔다.
한편 3차 펀드의 수장은 반도체 등 산업 정책을 다루는 중국 공업정보화부 기획사(司·국에 해당) 간부 출신인 장신(張新)으로 낙점됐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장신은 앞서 조성된 1~2차 펀드에서도 수장을 맡고 있다.
중국 경제 전문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2021년 말부터 반도체 기금 운영에 관련된 고위 인사들이 부정부패 혐의로 사정 당국의 타깃이 됐다. 결국 2022년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은 딩원우(丁文武) 전 총경리는 직위에서 물러났다. 딩 전 총경리를 대신해 수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 장신이다. 외신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독자적인 반도체 기술 마련을 강조하는 가운데, 반도체 펀드도 수장 교체를 통해 태세를 정비했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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