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메이커’ 허수 “DK, 처음이자 마지막 팀” [쿠키인터뷰]

김영건 2024. 5. 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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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 프랜차이즈 스타 ‘쇼메이커’ 허수 인터뷰
팀 떠난 ‘캐니언’ 김건부에 “MSI 축하해”
“선한 영향력 끼치는 것, 궁극적인 목표”
21일 쿠키뉴스와 만난 ‘쇼메이커’ 허수. 사진=김영건 기자

디플러스 기아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단 한 명의 선수가 있다. 전신 담원 게이밍의 1부 승격부터 LCK 우승, 2020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최정상에 오르기까지 그는 중심에 홀로 서서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롤 e스포츠에 몇 없는 ‘원클럽맨’으로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선수이자 이에 보답하고자 ‘팬 퍼스트’를 외치는 선수이기도 하다. ‘쇼메이커’ 허수의 이야기다.

쿠키뉴스는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디플러스 기아 사옥에서 허수를 만나 스프링 소회와 서머 각오를 들어봤다.

스프링 최종 4위…“더 발전하라는 의미로 10점 만점에 4점”

디플러스 기아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원을 대거 교체했다. 미드와 서폿을 제외한 모든 포지션이 바뀌었다. 탑과 원거리 딜러에는 ‘킹켄’ 황성훈과 ‘에이밍’ 김하람을 영입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캐니언’ 김건부가 떠난 자리는 신인 ‘루시드’ 최용혁으로 메웠다. 허수는 “새로운 동료들과 재밌게 했다. 분위기 유지하려고 장난이나 농담도 더 많이 했다. 서머에는 더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디플러스 기아의 스프링 최종 성적은 4위. 정규시즌 9승9패로 5위에 자리했으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T 롤스터를 3-2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4위로 올라섰다. 허수는 “KT랑 정규시즌에도 접전이었다. 서로 전력도 비슷해서 꼭 이기고 싶었다. 그때 승리로 플레이오프 다전제를 더 경험한 점은 분명한 소득”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루시드’ 최용혁은 신인임에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날카로운 갱각과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협곡을 종횡무진 누볐다. 허수는 최용혁에 대해 “미드-정글 2대2 교전력과 갱각이 훌륭했다. 가면 갈수록 더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스프링에는 특정 챔피언을 픽했을 때 유독 잘했다. 현재 서머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챔피언을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 봤을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이 있다. 점점 더 성장하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수는 지난 시즌과 올해 디플러스 기아의 차이점으로 “작년에는 라인전이 강한 팀이었다. 라인전 위주의 밴픽을 하는 경향도 있었다. 초중반에 스노우볼을 빠르게 굴렸던 팀”이라면서 “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라인전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라인전에서 밀리더라도 균형 잡힌 조합을 뽑고 센 타이밍이 오면 치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브젝트 관리가 개선돼야 한다. 유리한 경기에서 사이드 운영 등이 발전된다면 서머에는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며 팀적 과제를 지적하는 한편 자신의 임무에 대해 “내가 잘 커서 후반에 해줘야 하거나, 중요한 임무를 맡은 경기에서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수는 “스프링 때 내 퍼포먼스는 10점 만점에 4점이다. 최종 4위기도 하고 더 발전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쇼메이커’ 허수. 쿠키뉴스 자료사진

MSI 우승 차지한 ‘캐니언’ 본 허수 “건부가 얼마나 MSI에 간절했는데…”

허수에게 가장 특별한 동료는 단연 ‘캐니언’ 김건부다. 지난 시즌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은 디플러스 기아의 최전성기를 함께 이끌었다. 이번 시즌 김건부가 젠지e스포츠(젠지)로 전격 이적하면서 두 선수는 커리어 처음으로 타 팀에서 싸우게 됐다.

김건부가 MSI 우승하는 장면을 봤다던 허수는 “젠지가 스프링 우승할 때 건부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시간으로 대회를 보지 못해서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면서 “건부랑 같이 2021년 MSI에 출전했을 때 준우승했다. 건부가 얼마나 MSI 우승에 간절한지 알고 있다. 우승 장면을 보면서 축하하는 마음과, 한편으로 나도 우승하고 싶다는 열망이 들끓었다”고 했다.

축하 메시지를 남겨달라는 부탁에 허수는 “MSI 축하한다. 서머 시즌에는 역으로 축하받을게. 그만 축하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허수는 이번 MSI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하며 “한타 장면이나 라인 스왑 운영을 눈으로 보면서 최대한 익히려고 했다. 특히 MSI 결승전 2세트 라인 스왑 과정에서 젠지가 귀환하는 척한 뒤 텔레포트로 온 ‘빈’ 카밀을 자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스크림에서 ‘킹겐’ 황성훈이 똑같이 당하더라. 나중에 사용할 수도 있는 전략”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MSI에서 가장 화제가 된 ‘라인 스왑’에 대해 허수는 “패치를 해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스왑의 장점은 분명하다. 초중반 라인전 구도를 넘길 수 있다”면서 “물론 스왑 안 해도 불리하지 않다. 스왑 과정에서 정글러 동선이나 미드 라인전, 탑라이너의 센스 있는 플레이 등 변수가 많다”고 평가했다.

“디플러스 기아는 ‘집’…리더로서 모범 되겠다”

허수는 지난 스토브리그에 큰 결심을 했다. 디플러스 기아와 3년 연장 계약을 체결하며 사실상 ‘원클럽맨’으로 남은 것이다. 그는 “리더로서 팀을 이끌고 모범이 돼야 한다. 3년을 더 있는다는 것 자체로도 엄청난 동기부여다. 3년 후에도 디플러스 기아 미드는 ‘쇼메이커’지 않나. 내가 내외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동료나 팬들이 힘을 얻는다. 그에 맞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디플러스 기아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묻자 허수는 “디플러스 기아는 ‘집’이다. 프로게이머 되고 나서 집보다 숙소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명예를 얻게 해준 첫 팀이기 때문에 애정이 크다. 내 커리어에서 마지막 팀이 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팀에 대한 애정만큼 팬들을 향한 사랑도 엄청났다. 허수는 연신 ‘팬’을 언급하며 “우승 당시 코로나 시기라, 항상 무관중이었다. 관중들이 있는 야외 무대에서 경기를 많이 하지 못했다. 팬 입장에서 보면, 가장 기뻐해야 할 우승 때는 집에서 응원하고 이후에 야외 무대에 오지 못한 것 아닌가. 이번 서머에는 팬들을 위해서 큰 경기장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21일 쿠키뉴스와 만난 ‘쇼메이커’ 허수. 사진=김영건 기자

그러면서 그는 “우승한 지 오래됐다. 그때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은 동기부여가 샘솟는다. 은퇴하기 전까지 롤드컵 우승을 한 번 더 해서 ‘신드라’ 스킨을 만들고 싶다”면서 “디플러스 기아는 고점이 높다. 롤드컵에 출전만 한다면 우승까지 노릴 수 있다. 꼭 롤드컵에 진출해서 경쟁력 있는 모습 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허수는 프로게이머 최종 목표에 대해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저를 보면서 우울했던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면서 “팬들을 웃게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밈’도 그중 하나다. 좋아해주시는 팬분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재밌게 해드리겠다”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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