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점령 지역, 우크라전 발발 후 최대…푸틴, 軍 숙청 가속

박형수 2024. 5. 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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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등에서 공세를 펴고 있는 러시아군이 26일(현지시간) 하르키우 동부의 마을 한 곳을 추가로 장악했다. 외신들은 러시아군의 점령지가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규모가 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성공적인 전투 활동의 결과로 하르키우 지역의 베르스토우 정착촌을 해방시켰다”고 발표했다. 베르스토우는 하르키우 북동부에 위치한 마을로,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루한스크 지역과 가까운 동부 전선에 위치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쇼핑센터. AFP=연합뉴스


이날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의 립시·보브찬스크·루스키티시키로도 진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를 격파한 뒤 계속 진군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을 테르노바와 립시 근처에서 밀어냈고, 보브찬스크와 립시에서도 격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네스쿠크네와 젤레네, 흘리보케에도 8차례 공습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동부 도네츠크주의 러시아 점령지 인근에서도 전투가 벌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지난 24시간 동안, 더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점령지 내 마을로 접근한 우크라이나군 제128 국토방위여단과 제21 기계화여단의 병력과 장비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병력 130명, 차량 3대, 폴란드산 155㎜ 크랩 자주포 시스템 1대, 미국산 M777 곡사포 1대 등을 파괴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NYT "북동부 수미, 러의 새로운 공세 표적"


최근 러시아는 전선을 다방면으로 확장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붙이고 있다. 개전 이후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과 자포리자·헤르손 등 동부·남부 전선에 집중하던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승절(9일) 연설 다음날인 10일부터 하르키우에 대한 공세를 시작해 주요 마을을 잇따라 점령 중이다.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반격 작전으로 탈환한 영토보다, 올해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이 훨씬 넓다”면서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영토 진출을 이뤄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하르키우의 인쇄 공장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전날 하르키우 내 대형 쇼핑센터에서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발생한 민간인 인명 피해는 당초 6명에서 16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중에는 12세 소녀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그을린 잔해를 파헤치며 시신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또 다른 지역에 대한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보고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하르키우 북서쪽 96㎞ 떨어진 곳에서 러시아가 병력을 집결 중”이라며 “새로운 공세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주요 도시인 수미가 러시아의 새 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푸틴이 지난 24일 언급한 평화협상과 종전에 대해서도 “그간 우리는 러시아의 거짓말을 너무 많이 봐왔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푸틴은 종전 조건으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전체의 20%)를 러시아 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푸틴, 러軍 내부 숙청 본격화


한편,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가 확고한 우위를 잡자 내부 숙청에 속도를 내고 있다. 푸틴은 지난 12일 오랜 측근인 세르게이 쇼이구를 국방장관에서 경질하고, 경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를 임명했다. 이후 4명의 고위 장군과 국방부 관리들이 부패 혐의로 구금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장의 경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벨라루스에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마이클 코프만 선임연구원은 “푸틴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황이 러시아 군 지도부의 부패와 무능을 처벌해도 될만큼 충분히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전 초반, 러시아군은 지도부의 무능으로 우크라이나군에 밀리면서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차관 등은 전쟁 중에 초호화판 생활로 구설에 올랐고, 대규모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됐다. NYT는 푸틴이 부패하고 무능한 군 최고위층을 숙청함으로써 일반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국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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